[일본은 지금] 일본인 납치문제와 북일수교...변화하는 한반도, 아베의 고민

입력 2018-06-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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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납치 문제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물론 정상회담 중 이 문제를 제기했다. 공동성명에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을 마친 트럼프와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저의 생각을 확실히 전달해 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얻으면서 북한과 직접 마주 보고 납치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입장이 100% 일치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북미 회담의 결과에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청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후퇴했고,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폐기에 관한 얘기가 선언문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북일 양국이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북일 수교 협상 재개에 기대를 나타냈다고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현재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을 내세워 납치 문제의 해결을 전진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재정 지출을 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비핵화 비용을 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일본에서는 놀랐다는 반응이 많다. 아베 총리는 “비핵화의 혜택을 입는 입장에 있는 일본이 비핵화 비용을 분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기구를 만들어서 지원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제 미국 측이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에서 일보 후퇴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만 강한 압박을 말할 수도 없어서 아베 총리는 대북한 전략을 압력으로부터 대화로 전환했다. 미국 측 의향에 현재 저항할 수 없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일본인 납치 문제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내세운 “납치 문제는 해결 완료된 문제”라는 입장이 바뀌는 것이 전제가 된다. 그렇지만 설령 북한이 납치 문제의 조사를 재개했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과 일본은 2014년 5월 납치자에 대한 재조사에 합의했으나, 북한은 일본이 송환을 요구하는 피해자 8명이 이미 사망했다는 주장을 바꾸지 않은 채 조사를 종료해 버렸다.

2002년 당시 일본 총리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평양선언으로 일본은 북일 수교 후에 경제 협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은 납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전제조건이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나선 후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18일 참의원 결산 위원회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저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아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납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일 정상회담을 거듭 다짐했다. 올 9월 개최될 유엔총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아베 총리가 회담할 가능성을 야당 의원으로부터 질문받은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기회도 놓칠 생각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는 “회담에 관해 현시점에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을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지도력이 있는 인물”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독재정권을 강하게 비판해 온 태도로부터 돌변해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 국영 라디오 평양방송은 15일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언급했다. 북한에 대한 강한 제재와 압박만을 강조해 왔던 아베 총리가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따라 하면서 “북한과 신뢰를 조성하고 싶다”고 말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그는 일관성 결여에 대해 야당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아베 총리는 북일 국교 정상화 후의 경제협력을 약속한 2002년의 ‘평양선언’에 의거하여 납치 문제,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등의 포괄적인 해결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좁아졌다. 본격적인 재팬 패싱은 이제부터일 것이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평화로 단결한 남북한이 중국과 합세하여 일본을 괴롭힌다면 그것이 일본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친미국가가 되어 중국과 북한 사이의 방위선이 그어질 경우이다. 그러나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한반도 정세가 움직이지는 않을 수 있어 일본 정부의 고민은 깊어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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