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뇌졸중 치료제 신약 개발에 한 단계 다가섰다. 세계 굴지의 제약사들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분야에서 ‘토종 신약’이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뇌졸중은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신경 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5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6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뇌졸중 치료제 시장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공인된 뇌졸중 치료제는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은 베링거인겔하임의 ‘액티라제(성분명 알테플라제)’가 유일하다. 액티라제는 정맥 투여용 혈전용해제(tPA)로, 혈전이 갑자기 혈관을 막아 생기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다.
지금까지 수많은 제약사가 뇌졸중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줄줄이 실패했다. 뇌졸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허혈성 뇌 손상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동물 실험을 임상으로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제일약품과 신풍제약이 뇌졸중 치료를 위한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풍제약은 4~7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18 바이오 국제 컨벤션과 지난달 스웨덴에서 진행된 2018 유럽 뇌졸중학회에서 뇌졸중 치료제 후보약물 ‘SP-8203’의 전기 2상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임상 연구는 SP-8203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 8개 주요 대학병원에서 8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표준치료요법제인 tPA와 병용 투여해 90일간 관찰했다. 관찰 결과 뇌출혈 발생률, 사망률, 부작용 빈도 등에서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유의미한 신경학적 장애 개선 효과를 보였다.
SP-8203은 혁신 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로, 다양한 뇌졸중 동물모델에서 다중기전의 뇌 신경보호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특히 tPA 지연투여로 야기되는 뇌경색과 부종은 물론 출혈 및 사망률을 대폭 감소시켜 보다 많은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새로운 병용요법제 후보물질로 지목됐다. 보건복지부의 미래 제약·바이오 10대 특화과제로 선정됐으며, 2020년까지 추가 임상 연구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제일약품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JPI-289’에 대한 전기 2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PARP-1(Poly ADP-ribose polymerase) 저해제인 JPI-289는 작용기전상 뇌세포 괴사로 인한 세포사멸과 세포자멸, 염증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기전의 약물이다.
JPI-289는 미국을 포함한 5개국에 물질특허를 등록했으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임상을 완료했다. 제일약품은 현재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는 같은 기전의 후보물질인 미쓰비시 다나베의 ‘MP-124’보다 원숭이 실험에서 더 우수한 효력을 갖는 데이터를 얻으면서 JPI-289의 가능성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