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훌륭한 사과를 모르는 대진침대

입력 2018-06-20 10:00 수정 2018-06-20 10:3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사회경제부 차장

훌륭한 사과는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첫 번째는 ‘미안해’ 두 번째는 ‘내 잘못이야’ 그리고 마지막은 ‘바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 번째를 망각한다.

최근 대진침대의 일부 매트리스 제품에서 암을 유발하는 방사성 물질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당초 라돈 검출 매트리스는 7종이었지만, 현재는 14종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불안과 분노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방사선을 내뿜는 침대에서 매일같이 방사선 물질을 흡입하면서 잠을 잤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라돈 검출 사태 이후 대진침대는 지난 달 4일 홈페이지에 사과문과 함께 리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십 수일이 지나도록 라돈 검출 매트리스를 수거하는 작업은 지지부진할 뿐이었다.

오죽하면 총리실이 직접 우체국에 매트리스 수거 작업을 요청했을까. 이후 우체국은 지난 16∼17일 직원 3만 명과 차량 3200대를 동원해 전국에서 대진침대 매트리스 2만2298개를 수거해 충남 당진항 야적장으로 옮겼다.

이 가운데 대진침대가 이미 수거한 것으로 확인된 경우와 엘리베이터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사다리차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회수됐다.

그러나 라돈 검출 매트리스를 대부분 수거했다고, 소비자들의 분노와 불안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단소송 움직임이다.

실제로 유명 포탈에 개설된 ‘대진침대 라돈 사건 집단소송’ 카페에는 (라돈 피해를 호소하는 글과 함께 직접 진단서를 받아 온라인에 올리는 등 신체적·정신적 피해 내용을 공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소송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소송으로 동참하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진침대는 라돈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러는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대진침대 홈페이지에는 ‘대진침대 리콜 대상모델 회수 조치건’이라는 제목과 함께 리콜 대상 모델이 아닌 매트리스는 수거대상이 아니면 교환되지 않습니다.(수거비용 별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라는 팝업창이 떠 있다.

리콜 대상을 수거할 경우 수거비용 별도 청구할 수 있다(?), 참으로 황당한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소비자들은 암 유발 물질 제품을 만든 것도 모자라 해당 제품을 리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거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글귀에 거센 반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또한 일부 소비자의 경우 리콜 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 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보면 이른 바 ‘라돈 침대’ 사태는 기업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도경영(正道經營)에서 벗어난 결과물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대진침대는 보다 진정서 있는 사과와 함께 리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홈페이지에 달랑(?) 죄송하다는 사과문과 리콜 대상 모델만 게재하면 모든 사태가 시간이 가면 진정될 거라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

훌륭한 사과는 ‘미안해’ 한 마디로 시작해 본인(기업) 잘못을 인정하고, 두 번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한 후 반드시 실천에 옮기는 자세다.

지금 대진침대에게 필요한 것은 홈페이지 폐쇄를 통한 소통이 아니라 훌륭한 사과를 어떻게 하느냐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틀간 내린 폭설에 출근길 마비…지하철 추가 운행 등 대책 마련
  • '핵심 두뇌' 美·中으로…한국엔 인재가 없다 [韓 ICT, 진짜 위기다下]
  • '급전' 카드빚도 못갚는 서민들…연체율 9개월째 3%대
  • 교통비 또 오른다?…빠듯한 주머니 채울 절약 팁 정리 [경제한줌]
  • 트럼프, 주류 언론과 갈등 예고…비판 언론 배척, 방송사 소유기준 완화
  • "비트코인 살 걸, 운동할 걸"…올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데이터클립]
  • 위기론에 조기쇄신 꺼내든 신동빈…대거 물갈이 예고
  • 신생아 특례대출, ‘연소득 2억’ 맞벌이 부부까지 확대… “결혼 페널티 해소”
  • 오늘의 상승종목

  • 11.28 09:19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380,000
    • +3.49%
    • 이더리움
    • 5,067,000
    • +8.71%
    • 비트코인 캐시
    • 741,500
    • +7.31%
    • 리플
    • 2,021
    • +2.59%
    • 솔라나
    • 336,500
    • +3.83%
    • 에이다
    • 1,395
    • +3.72%
    • 이오스
    • 1,141
    • +2.42%
    • 트론
    • 278
    • +1.09%
    • 스텔라루멘
    • 661
    • +6.79%
    • 비트코인에스브이
    • 100,200
    • +8.62%
    • 체인링크
    • 25,740
    • +5.58%
    • 샌드박스
    • 846
    • -1.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