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업 CEO들, 트럼프 ‘밀입국 가족 생이별’ 정책에 반기 들어

입력 2018-06-2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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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기업이라면 비인간적 조처에 맞서야”…1월에도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조치에 반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애플, 우버,구글, 페이스북 로고. AP연합뉴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애플, 우버,구글, 페이스북 로고. AP연합뉴스
미국 기업 리더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밀입국 가족을 생이별시키는 강제 격리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주로 중남미에서 난민 인정을 요구하면서 불법 입국한 이민자를 처벌하는 무관용 정책을 도입했다. 밀입국 부모가 연방법원에 송치되면서 아이들은 강제적으로 부모로부터 격리돼 수용시설에 머무르게 된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6주간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다 적발돼 부모나 성인 보호자와 떨어지게 된 미성년자는 1995명에 이른다.

이런 조처가 비인간적이라는 비난 여론이 확산하면서 기업 리더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워싱턴에서 가장 큰 로비 단체 중 하나인 미 상공회의소는 정부에게 미국으로 온 어린아이들을 쫓아내는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톰 도노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런 모습은 우리가 아니며, 당장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 정책이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지, 그들에게만 모순적으로 적용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도 비판에 동참했다. 이 모임의 이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척 로빈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은 “미성년 아동들을 부모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미국 가치에 반하는 잔인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측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정책과 법이 견지해 온 신조에 반하는 정책 실행에 경악스럽다”면서 정부에는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의회에는 이 이민정책을 끝낼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밖에 애플과 이베이 우버 CEO들도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줄줄이 발표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현재 국경의 모습에 속이 뒤틀린다”고 표현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는 이주민 자녀와 부모의 재결합을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저커버그는 “우리는 이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게비아 에어비앤비 CEO는 FT에 “우리의 신념에 반하는 일이 세상에서 벌어질 때마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느낀다”며 “이것은 21세기 현시대 기업에 요구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앞서 트럼프 정부의 무역, 총기 규제, 기후변화 정책 등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었다. 지난 1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 10일 만에 애플 구글 에어비앤비 등 기업 CEO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 조치를 비난했다.

줄 잇는 비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이날 미국자영업연맹(NFIB) 75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나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하고 싶지 않지만, 불법 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려면 아이를 격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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