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광주광역시가 추진 중인 ‘자동차 위탁생산 시설 합작법인’이 출발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합작법인의 이사회 구성과 경영책임 등에서 양측이 이견을 보인데다, 현대차 노조가 강경한 입장과 함께 합작법인 투자를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일 광주시와 현대차, 현대차 노조 등에 따르면 전날로 예정됐던 광주시 자동차 위탁생산 합작법인 투자협약식이 구체적인 향후 일정없이 무기한 연기됐다. 투자 단계에서 세부적인 협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자칫 위탁생산 합작법인 설립이 무산될 공산도 커졌다.
전날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내년부터 울산공장에서 양산 예정인 신차나 다른 차량 물량 일부를 제3자인 광주형 위탁공장에 투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체협약상 외주 생산은 노사 공동심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며 “사측의 독단적인 단협 파기에 대해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대 주주로 참여해 지분 참여자 초기 투자금 2800억 원의 19% 수준인 약 530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현재 생산물량의 이전이 아닌, 전에 없던 신규 차종을 개발하고 위탁생산하는 만큼 단협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와 광주시의 투자협약 역시 출발부터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양측은 이사회 구성 및 경영책임 부담, 위탁 생산 차종과 가격 등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투자협약식이 연기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일부 사안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견을 좁히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시는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협상단을 꾸려 1주일에 3차례씩 협상을 벌이는 등 이달 안에 협상 마무리를 공언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광주시 위탁생산 시설을 통해 1000cc급 경형 SUV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 가격이 낮은 만큼 광주시가 제시한, 국내 완성차 업계 근로자의 절반 수준인 4000만 원대 임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나아가 가격이 낮은 경차인 만큼 위탁생산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아차 역시 경차 모닝과 레이 등 경차를 충남 서산에 자리한 ‘동희오토’를 통해 외주생산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광주시가 오는 30일로 임기가 끝나는 민선6기 윤장현 시장의 임기내에 투자유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무리한 프로세스를 이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지자체와 대기업의 합작법인에 대한 선례가 없는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양측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