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는 종일, 그 이후에는 돌봄 선생님과 바쁜 하루를 보내는 용준이가 대견스럽고 고맙고 기특해. 하지만 저녁이 되면 피곤한지 지쳐 잠든 너의 모습을 볼 때나 모범적이고 말 잘 듣는다던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땐 한편으론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
요즘 유독 바깥놀이를 좋아하고 즐기는 용준이인데, 하필 용준이가 태어난 세상은 미세먼지가 가득해 그마저도 마음대로 해줄 수가 없어.
봄기운 가득하던 어느 날, 회사를 쉬면서도 밖에 나갈 수 없었어. 우리 용준이는 모래놀이도 좋아하는데 놀이터엔 이젠 모래가 없어. 용준이는 실컷 뛰고 싶은데, 집 밖에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공원에는 퀵보드가 쌩쌩 달려서 뛸 수도 없어.
엄마아빠는 아주 어렸을 때 말이야.
무더운 여름이면 방역차 따라다니다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두꺼운 왕딱지를 만들려고 학습지나 아직 날짜가 남은 달력을 찢어 만들기도 하고, 아빠는 동네 골목에서 축구하다 유리창도 깨 먹고, 엄마는 숨바꼭질하다 치마도 찢어 먹고…. 구슬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그리고 우리 용준이가 좋아하는 모래놀이까지 해질 무렵 할머니가 찾으러 나오실 때까지 정말 신나게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몰랐었는데….
우리 용준이가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곳은 이제 실내 키즈카페뿐이라 미안할 뿐이야.
엄마 뱃속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자라는 네 모습에 그저 감사할 뿐이야.
하지만 요즘엔 아프지 않고 늘 건강하길 바라던 모습은 사라지고, 하나둘 이런저런 욕심으로 무장하고 있는 엄마아빠의 모습을 발견하곤 해. 아들이 조금 더 크면,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어?’ ‘꿈이 뭐야?’ 이런 질문을 많이 받겠지.
어떤 전문적인 직업이 아닌 아들 스스로가 주어진 오늘에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때론 용준이가 마주하는 무언가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겁먹지 말고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관심을, 그리고 내가 아닌 남을 인정할 줄 아는 배려심도 지녔으면 좋겠어.
인생이라는 멀고먼 길을 걷다가 돌이 나타나면 행여 넘어지더라도 그걸 걸림돌이라고 말하지 말고, 디딤돌이라 생각하고 운동화끈을 다시 묶고 훌훌 털고 일어나 더 멋지게 뛰어갈 준비, 된 거지?
이 세상에 태어나, 지구별을 찾아와, 엄마아빠의 품에 안겨 줘서 고마워. 사랑해 조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