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아파트 열채 중 셋은 빈집

입력 2018-06-20 13:20 수정 2018-06-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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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에다 규제 강화로 시장 침체가 영향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아파트 신규 입주 시장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집이 완공됐는데도 입주가 안 돼 빈집으로 남아있는 비율이 자꾸 증가하고 있다.

입주율 악화 요인으로 먼저 과잉 공급을 꼽는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를 너무 많이 지었다. 2016년과 17년에는 아파트만 50만 가구 이상 공급됐다. 이는 평소 연간 총 공급 물량 규모다.

공급 측면만 봐도 주택시장이 위축될 판인데 정부가 강한 규제를 잇따라 내놓았으니 시장이 온전할 리 없다.

공급 과잉 지대는 이미 경기가 얼어붙었고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심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입주율은 74.5%로 조사됐다. 10가구 가운데 3가구가 비어있다는 얘기다. 예삿일이 아니다. 더욱이 7개월째 계속 입주율이 떨어지고 있고 그동안의 분양 물량을 감안하면 1~2년간 더 지속될 것 같다.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제주도는 입주율이 68% 수준으로 떨어졌고 부산·대구를 포함한 경상권과 강원권도 71%대로 주저앉았다.

이번 달은 입주 물량이 전월보다 50%가량 많아 분위기가 더 안 좋을 듯싶다. 입주 물량은 84개 단지에서 총 4만 3379가구에 이른다. 서울 4432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서 2만 5831가구가 쏟아지고 지방도 1만 7548가구 수준이다. 물량이 많은 도시는 경기도 용인·김포·수원·화성·광주시와 강원도 원주시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은 대표적인 공급 과잉 지대여서 빈집이 더욱 늘어날 판이다.

그렇다면 입주를 못하는 사유가 뭘까. 연구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38.7%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서라고 했다. 이는 실제 입주보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새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데 기존 집이 안 팔려 못하고 있다는 비율도 32%에 달하고 대출 규제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수요가 12%나 됐다. 이들은 실수요자로 추정된다.

실수요자가 입주를 못하는 데는 정부 규제와 경기 침체 영향이 크다.

공급 과잉이 시장 위축을 불러온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도 입주율 악화에 한몫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부작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이다. 살던 집이 안 팔려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를 못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사안이 아니다.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 입주 차질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세입자라도 제때 구해지면 다행인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니 직·간접적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소리다.

결국 이런 부작용은 주택시장 전반으로 파급돼 시장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가격을 내려서라도 급히 팔아야 하는 급매물이 등장하면서 하락세를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구매 수요까지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수요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주택경기가 침체되면 공급도 줄어들고 그래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면 자연적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 상승 기류가 생긴다. 몇 년간 지나면 경기 사이클이 그런 구조로 흘러갈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주택시장 흐름이 그랬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지역이 적지 않다.

인구와 일자리가 감소하는 이른바 수요기반이 취약한 곳은 경기 사이클 이론이 먹히지 않는다.

현재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인구가 빠져나가는 도시가 적지 않다. 거제와 군산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지만 앞으로 같은 처지가 될 도시가 적지 않을 것같다.

새로운 공단과 도시가 만들어져도 주변 지역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지금도 곳곳에 개발사업이 벌어지고 있어 앞으로 지역 간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부동산 투자 때 도시 발전 흐름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쇠퇴가 우려되는 곳은 빨리 빠져나오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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