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풀업계’ 규제 벽에 가로막혀 고사 직전

입력 2018-06-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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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 공유 스타트업 ‘풀러스’ 사업 제동 경영난 겪다 결국 대표 사임·구조조정…4차산업혁명委 중재도 무산…업계 “해외업체에 시장 먹힐라” 규제개선 촉구

승차 공유 스타트업 ‘풀러스’가 국내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경영난으로 인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택시업계의 반대에 가로막힌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우버, 그랩 등 관련 서비스가 승승장구하고 있어 국내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풀러스는 김태호 대표 사임과 함께 직원 70%를 내보내기로 했으며, 사업모델 재점검도 검토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가 개선되지 않아 실적이 악화하면서 경영난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풀러스는 지난해 11월 하루 24시간 중 원하는 시간을 택해 카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 서비스를 도입하려 했으나 당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법률 위반이라며 고발했다. 이에 풀러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에 따르면 유상 카풀이 가능한 경우를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데 출퇴근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하지 않아 폭넓게 카풀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풀러스는 2016년 5월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10월에는 2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를 이끌 선두주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을 허용하는 현행법 탓에 자유로운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올해 2월 카카오가 경쟁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해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준비하면서 대형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올 2월까지 카풀 규제를 주제로 한 해커톤(끝장토론)을 준비하며 카풀업계와 택시업계, 주무부처 사이에서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택시업계가 해커톤 참석을 거부해 중재도, 규제 개선도 모두 무산됐다.

이에 카풀앱의 성장을 막는 국내 규제가 개선돼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IT업계에서 카풀앱 시장은 수년간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미국의 우버조차 국내 규제에 막혀 현재 고급택시를 표방하는 ‘우버택시’만 영업용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국내 스타트업인 콜버스는 정부 규제로 심야버스 사업 대신 전세버스 서비스로 전환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카풀이 대중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우버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중국 등에서 ‘우버엑스’, ‘우버풀’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랩은 동남아, 디디추싱은 중국 시장을 각각 장악하며 급성장하고 있고 프랑스 업체인 ‘블라블라카’ 역시 전 세계 22개국에서 4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카풀 시장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블루오션임에도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난공불락의 성이 되고 있다”며 “국내 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카풀업계는 고사하고 결국 나중에는 해외 업체들에 국내 시장을 내주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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