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턱을 높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서울서 안전진단에 탈락한 첫 사례가 나온 가운데 재건축 규제가 결국은 서울의 주택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의 1ㆍ2동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준공한 지 41년이 된 이 단지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3·5~11동과 분리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3·5~11동은 강화되기 전 기준에 따라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한 바 있다. 어떤 기준에 따르느냐로 재건축 사업의 행방이 180도 엇갈린 셈이다.
이처럼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이 결국은 서울의 주택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재건축 규제 정책의 파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두성규 건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신규 택지 공급이 어려운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막혀버린 것은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위원은 특히 안전진단 기준 강화가 재건축 사업을 통한 도심지 내 양질의 주택 공급을 어렵게 해 희소성에 의한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까지 덧붙였다.
실제 안전진단 강화로 인한 부담이 정부가 당초 집값 상승의 근원으로 본 강남 지역보다 강북권 등 다른 지역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1987~1991년 준공된 아파트는 24만8000가구로 이 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는 3만7000가구로 14.9%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재건축 대상 주민들에게 별도의 대안 제시가 없어 층간소음이나 주차장 등 편의시설 부족에 따른 주거 환경 악화를 그대로 감수하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두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약세로 전환된 것은 현 정부의 규제와 동시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엄청난 입주 물량과 저금리 기조의 종식이 종합된 결과”라며 “굳이 정부의 규제 신설 및 강화가 아니더라도 서울 및 인접 신도시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 부동산시장의 약세 기조는 이미 일부분 등장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주시해야 할 문제는 현재의 규제에 의한 효과가 얼마만큼의 지속성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라며 “도심지 내 재건축 사업을 차단한 것이 중장기적인 공급 부족을 가져와 부동산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소를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