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업무정지..이재용 선택은

입력 2018-06-22 09:00 수정 2018-06-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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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주식 배당 사태로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에 일부 업무 정지, 구성훈 대표이사에게 직무 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리면서, 삼성 비주력 금융계열사 매각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동안 금융사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 왔다.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과 전장 등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하고 있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삼성’이란 이름에 먹칠하는 일부 계열사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향후 진행돼야 할 사업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며 “안 그래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계열사인데,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단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는 지난 2월 삼성생명 내에 신설된 ‘금융 경쟁력 제고 TF’다. 하지만 CEO 인사와 매각 작업 등 큰 방향에선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향후 삼성 금융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 및 CEO 교체 등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정부가 지속적으로 금산분리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금융사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지난 2014~2016년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기 전까지 활발한 사업재편을 했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였다. 계열사끼리 사업을 주고받아 중복·연관사업을 교통정리하고, 한화와 롯데에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통째로 매각했다. 국내 광고회사 중 부동의 1위인 제일기획마저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프랑스 기업과 협상에 나섰다. 막판에 매각이 무산되긴 했지만, 1973년 설립된 제일기획을 팔기로 했다는 소식은 재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만 빼고 다 팔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러한 과감한 사업재편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초 구속되면서 전면 중단됐다. 이 부회장은 올 2월 출소 후 세 차례 해외 출장을 통해 삼성전자 신성장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사업 재편에도 손 댄다면, 수시로 언급됐던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매각설 역시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 이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 지분 1조3000억 원어치의 블록딜에 성공하며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방아쇠를 당겼다. 금산법과 금융그룹 통합감독, 보험업법 등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장치가 쌓이면서 삼성 금융그룹의 삼성전자 지분 털어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계열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세워질지도 관심사다. 삼성은 미전실을 해체한 이후 부문별 테스크포스(TF)를 신설해 관련 계열사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했다. 그룹은 ‘시스템의 삼성’을 강조했지만 이번 삼성증권 사태로 인해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삼성 한 관계자는 “미전실이 그룹의 경영진단을 하던 시기에는 금융당국의 검사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철저하고 징계 수위도 높았다”며 “삼성그룹 금융경쟁력 제고 TF가 구성돼 있지만, 관리·감독, 내부통제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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