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1일(현지시간) 다임러와 BMW, 포드, 테슬라 등 미국과 독일 자동차 업체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 관세가 다임러, BMW 등 자동차 업계의 수익을 위협해 미국의 공급망과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임러의 주가는 4.69% 급락했고, BMW도 2.94% 떨어졌다. 독일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미국 업체들도 타격을 받아 테슬라의 주가가 4.06% 급락했고 제너럴모터스(GM)도 1.98% 하락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 다임러가 무역 마찰에 따른 부정적 전망을 발표하자 그 여파가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전날 다임러는 올해 이자와 세금을 차감하기 전 순이익(EBIT)이 지난해보다 약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임러는 미국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수입 관세를 전망치 감소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으며 “다른 시장의 판매량이 무역 전쟁의 피해를 상쇄하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WSJ은 다임러의 전망치 감소가 미국발 무역 전쟁에 주는 첫 신호라고 평가했다.
5월 중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7월 1일 자로 자동차 수입 관세를 현 2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승인하자 중국 정부는 즉각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미국에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한다. 따라서 독일 자동차 업계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껴서 무역 전쟁의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토마스 세드란 폭스바겐 전략 책임자는 “단기적으로 생산을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에는 차량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 전쟁에 피해를 보는 건 미국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국 정부는 전기 자동차 사용을 장려하고 있어 테슬라엔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량은 1만5000대에 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 포드도 4만5000대를 수출했다. 포드는 “두 정부가 협력하기를 계속해서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의 난항은 미국 노동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임러와 BMW, 폭스바겐 등은 현재 미국에서 3만65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스웨덴의 볼보도 20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을 열고 1200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3년 안에 볼보는 4000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하칸 사무엘슨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공장 노동자의 절반은 수출용 자동차를 만든다”며 “무역 전쟁이 심해지면 일자리가 위험에 처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