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사촌 형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몰아내고 왕세자 자리에 앉았다. 그해 11월에는 왕자 11명과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권력을 모두 손에 쥐었다. 그는 “1979년 이란 혁명 이전의 온건한 사우디아라비아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개혁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그는 왕세자 등극 이후 여러 개혁안을 내놓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성 운전 허용이다. 지난해 9월 국왕의 칙령으로 여성 혼자 운전할 수 없다는 법이 사라진 데에 따라 4일(현지시간)부터 여성에게 첫 운전면허증이 발급됐고, 24일부터 여성도 운전할 수 있게 됐다.
석유산업 의존율이 80%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구조도 개혁 대상에 올랐다. 빈 살만 왕세자는 경제 다각화 계획을 세우고 외국인 투자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4월에는 직장에서 남녀가 함께 일하는 것을 허용했고 증권 시장 개방도 이뤄졌다. 그 결과 양대 벤치마크 지수인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차례로 편입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조치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문화의 중심축이자 석유자원이 풍부한 부국이지만 낮은 여성 인권과 엄격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평가절하됐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생산적인 경제는 풍부한 석유 자원에 가려져 있다”며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자유분방한 아랍에미리트(UAE)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빈 살만 왕세자에게도 위험요소는 남아있다. 바로 이슬람 성직자들이다. 극단적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 종교지도자들은 온건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원하지 않는다. 최근 여성의 운전 허용을 두고 와하비 종교지도자들의 반발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왕실이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관리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예측 가능한 사법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두바이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바이를 비롯한 아랍에미리트(UAE)연방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개방적인 경제구조로 돼 있으며 사회·종교적인 면에서 훨씬 유연하다. 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규모가 크고 다양한 부족이 모여 있는 나라는 권력을 분산할 때 더 큰 효과가 있다며 빈 살만 왕세자는 UAE의 연방제를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