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이 유럽연합(EU)이 22일(현지시간) 발동한 미국산 오토바이에 대한 추가 수입 관세를 피하기 위해 유럽 수출용 생산 기지를 미국 밖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25일 발표했다. 할리데이비슨은 관세로 인해 유럽에서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자고 추진하는 관세 정책이 되레 미국 제조업의 해외 유출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2일 EU가 발동한 추가 관세에 따라 EU의 오토바이 수입 관세는 6%에서 31%로 대폭 상승했다. 할리데이비슨에 따르면 오토바이 1대당 2200달러(약 245만 원)의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할리데이비슨은 매출의 16%를 유럽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이 도입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 관세로 원자재 비용도 상승하는 가운데 관세의 영향까지 더해지면 유럽 판매망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할리데이비슨 측의 입장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오토바이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인도와 브라질 등에도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유럽 수출용 생산 라인을 미국 이외의 어느 나라로 옮길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할리데이비슨이 2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는 “미국 이외의 생산 확대는 우리가 원하는 곳은 아니지만, 유럽에서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고 적었다.
다만, 미국 밖으로 생산 라인을 이전하려면 9~18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이 회사는 그 사이에 드는 관세를 자체 부담할 방침인데, 이는 2018년 남은 기간에 3000만~4500만 달러, 연간 약 1억 달러의 비용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지난 22일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오토바이와 위스키 등 28억 유로(약 3조6500억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전문가들은 무역 마찰의 영향이 소비자의 생활에 직접 관련된 상품에까지 퍼지고 있어 기업들은 사업의 재검토가 불가피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