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키코 유사 상품 피해, 우리은행 일부 책임 있다"

입력 2018-06-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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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와 유사한 환 헤지 파생상품을 계약해 1000억 원대 손실을 입은 중견기업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비슷한 유형의 환 헤지 상품을 연이어 계약해 손실을 본 것은 기업에 책임 있지만, 이를 회복하기 위해 체결한 단순 선물환계약의 경우 은행 측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이동연 부장판사)는 건설 중장비 부품 제조업체 진성티이씨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우리은행은 진성티이씨에 120억6400여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진성티이씨가 2007~2008년 우리은행과 맺은 4건의 통화옵션 계약에 대해 "진성티이씨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연이어 통화옵션 계약을 맺으면서 위험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앞서 맺은 계약으로 발생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우리은행이 진성티이씨에 손실 이전거래를 권유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은 앞서 손실을 일으킨 통화옵션 계약조건을 그대로 이전했기 때문에 통상의 선물환계약보다 진성티이씨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또한 "진성티이씨는 당장의 손실을 회복하는 것에 집착해 계약 체결에 따른 추가적인 위험요소를 간과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며 "이 경우 금융기관의 설명의무가 높게 요구되지만 우리은행은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단순 선물환계약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우리은행 측 주장도 일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성티이씨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2016년 11월 22일로부터 3년 전인 2013년 11월 22일 이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민법이 규정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할 수 있다.

재판부는 앞서 4건의 통화옵션 계약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끝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금융감독원은 2009년 우리은행이 기업과 체결한 통화옵션 계약에 대해 은행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 조치를 결정했다"며 "진성티이씨는 늦어도 2009년에는 손해를 입은 사실을 인식했고 그로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성티이씨는 2007년 7월 우리은행과 ‘스노우 볼’ 구조의 통화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는 환율이 하락하면 일정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상승하면 막대한 손해를 떠안는 환 헤지 관련 상품이다. 환율이 상승하자 손실을 입은 진성티이씨는 우리은행의 권유로 단순 선물환계약을 맺었다. 진성티이씨는 우리은행과 맺은 계약으로 1000억 원대 손해를 입었고 이에 지난해 2월 우리은행을 상대로 89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진성티이씨는 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유사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진성티이씨는 씨티은행과 맺은 통화옵션 계약으로 260억 원대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7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올해 4월 법원은 "손해가 막대한 만큼 계약의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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