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남북경협에 긴 시간 소요…충분한 준비 필요”

입력 2018-06-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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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6일 “남북경협과 관련된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충분한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상의회관에서 개최된 ‘남북경협 컨퍼런스’ 인사말을 통해 차분하고 질서있는 경협추진을 위해선 구심점 역할을 할 남북민관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남북, 북ㆍ미정상회담을 통해 경협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가 된 것으로 안다”면서도 “북미대화를 기점으로 또 다른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박 회장은 “일부에서는 지나친 기대를 가지고 선전 경쟁하듯이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면서 “기대를 현실로 만드려는 방향성에는 상당부분 동의하지만 충분한 정보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또 “대북제재 해제 전까지는 차분하고 질서 있는 경협추진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남북민관 협의체’를 통해 표준과 프로토콜, 기업제도 등 이질적인 경제기반의 통일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이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 기대가 높아지고 있고 향후 남북경협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고 북한의 사정과 시장경제체제와 관련한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의 경제관리체계의 특징은 이전에는 암묵적으로 허용된 국영기업의 시장경제활동이 상당 정도 공식적으로 허용됐다는 점”이라며 “이를 법으로 만들어 제도화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 체제는 여전히 형식적으론 모든 기업이 국영기업이지만 기업 운영 계획이나 수행 과정에서 기업의 자율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국가가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이 크게 줄어 국가가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기업과 시장에게 맡기는 식으로의 경제관리 제도가 변화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회담 이후 남북경협 전망과 과제’ 발표에서 “남북경협은 지금 시점에서 가능한 사업을 인지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일단 정부 포지션을 참고해 산림, 철도복원 등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정부 주도의 인프라 프로젝트 위주로 준비하고 향후에는 대북제재 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남북간 협의 하에 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어 “북한의 개방이 시작되면 중국, 일본,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진출 러시가 나타날 것”이라며 “향후 우리가 경협의 파트너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패널들은 북미회담 후 남북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는 이후 있을 북미 협상 프로세스를 예측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원샷딜'에서 '프로세스'로 바꾼 만큼 단계적 접근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2018년 11월 정도에 북미 간 최소한의 타임테이블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김영희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이날 토론에서 대북제재 해결 가능성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 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권 초기 경제개발과 체제 수호에 대해 집중했었으나 이어진 고강도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개발이 위협에 처하자 북미대화를 강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북한의 경제개발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면 고강도 체재 속에서도 핵 무기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제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상황이 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섣부른 경협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북한내 경협여건 마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일부 기업은 북한의 내수시장 진출도 바로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과세나 행정허가, 부동산점유 등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행정 프로세스가 정착되기까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UN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앞서 전향적 조치를 하게 되면 국제적 합의를 깨는 것”이라며 “개성공단 재개 등 본격적인 경협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서영경 대한상의 SGI 원장이 사회를, 이석기 KIET 선임연구위원과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 김영희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조성묘 통일부 남북경협과 팀장 등은 토론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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