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로 도입, 노사 합의가 필수…현장 정착 쉽지 않을 듯”

입력 2018-06-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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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시행 닷새 앞두고 고용부 ‘유연근로 매뉴얼’ 공개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제(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시행을 닷새 앞둔 26일 유연근로시간제와 관련한 매뉴얼을 내놨다. 유연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와 사용자가 노동시간을 선택·조정해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다. 이미 근로기준법에 있는 제도이지만 그동안 장시간 노동 관행이 만연했고, 노동시간 계산 특례 업종이 광범위하게 인정돼 기업의 활용률이 3.4%에 그쳤다.

정부는 유연근로제를 활용해 노동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유연근로제 도입에는 노사 협의가 필수적이라 실제 현장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부가 제시한 유연근로제는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사업장 밖 간주근로제·재량근로제·보상휴가제’ 5가지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대 단위 기간은 3개월이고, 이때 1일 최대 근로시간은 12시간이다.

예를 들어 업무 특성상 주 6일 근무하고 주당 64시간 집중적으로 일할 때가 많은 경우 현재는 4개월 근무한 다음 2주간 쉬는 식으로 운영했지만 노사 합의를 통해 다음 달부터는 ‘10주 근무 뒤 3주 휴가’ 체제로 바뀐다. 활용 가능한 업종은 계절적 영향을 받거나 시기별(성수기·비수기) 업무량 편차가 많은 업종 등으로 운수, 통신, 의료서비스, 빙과류·냉난방장비 제조업, 철강, 석유화학 등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1월 이내)의 단위로 정해진 총근로 시간 범위 내에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각, 1일의 근로시간을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오전 11~12시, 오후 1~3시를 의무적 근로시간대로 설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노동자가 편한 시간에 일할 수 있다. 노동시간에 따라 업무량의 편차가 발생해 업무조율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 사무관리(금융거래·행정처리 등), 연구, 디자인, 설계 등에 적합하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는 출장 등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소정근로시간 또는 업무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근무제도다. 근로시간 대부분을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는 영업직, AS업무, 출장업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재량 근로시간제는 업무수행 방법을 노동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로서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주로 연구개발직이나 기자·PD, 디자인, 영화감독 등에게 적용될 수 있다.

보상휴가제는 노동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통해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유급휴가로 부여하는 제도로, 임금과 휴가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실노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제도다. 업무를 완료한 이후에는 일정 기간 휴식을 가지는 직무, 다른 인력으로 대체업무 수행이 가능한 연구·교육 등의 직무에 적용 가능하다.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이 필요하고,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는 노동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과 노동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둘 다 있어야 한다.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려면 노사 합의가 필수 조건인 만큼 효용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영계는 특정 시기에 일이 몰려 집중근로가 필요한 업종의 경우 유연근로제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노동계는 유연근로제 확대로 임금 감소와 노동시간 단축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왔다.

다음 달 시행되는 노동시간 단축제도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최장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됐지만, 고용부는 유연근무제 매뉴얼을 시행 닷새 전에 내놔 노동시간 단축 대비에 늦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용부는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북도 시행 3주 전에야 내놨다. 하지만 그마저도 법원 판례와 행정해석 등을 종합 정리한 수준이어서 현장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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