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운동 기원 ‘여권통문’ 120년, 새로운 미래의 꿈 실천에 나서자

입력 2018-06-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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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미니즘 책이 잘 팔린다고 한다. 주말판 신문에는 늘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소개된다. 5월 19일 서울 대학로에서는 여성 1만여 명이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촉발한 이 집회의 참가자들은 여성의 피해보다 남성의 피해에 대해 경찰이 더 신속한 수사를 한다고 항의하였다. 또 6월 2일에는 한 젊은 페미니스트 단체 회원들이 강남 페이스북 코리아 사옥 앞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상의를 벗은 사진을 페이스북이 삭제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상의 탈의 시위’를 했다.

20대 여성들이 직접적으로, 집단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모습은 이전의 여성운동 단체들의 항의 방식과 달라 관심을 끌었다. 여성계에서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부흥으로 보기도 한다. 이들이 항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 이들은 여성의 몸(신체)에 대한 생각과 대우(조치)에서 남성과 동등하고 평등하게 대우받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한국 여성운동은 12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898년 9월 1일은 북촌의 이 소사, 김 소사(‘소사’란 부인이나 과부를 이르는 말이다) 이름으로 발표된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 ‘여권통문’이 발표된 날이다. 통문(通文)이란 ‘여러 사람이 돌려 보는 문서’라는 뜻으로 ‘여권통문’은 여성의 권리를 명시한 문서다. 이 문서에 찬성한 여성이 300명에 이른다고 당시 황성신문은 보도하였다. 이 문서에서 여성들은 ‘문명개화정치’에 참여하고 싶고, 여성도 직업을 갖고 싶으며, 여성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세 가지 ‘꿈’을 내세웠다. 그중에서도 교육받을 권리가 으뜸이라고 주장하며 고종에게 관립 여학교 설치를 요구했다.

19세기 말 북촌의 여성들은 여성의 권리가 실현되는 날을 꿈꾸었다. 이후 한국은 해방,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통해 꿈을 실천하는 역사를 만들어왔다. 이 중 교육을 향한 ‘꿈’은 이미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의 진학률을 능가할 정도로 교육 기회에서 남녀는 평등하다.

이제 어떤 ‘꿈’이 남아 있는가? 북촌 여성들이 주장했던 정치권이나 직업권은 실천 과정에 있다. 국회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은 아직도 20% 미만이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 수준으로 남성의 70%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최근 여성계가 정치 분야에서 남녀 동수 실현을 주장하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운동을 전개하며 120년 전 ‘여권통문’ 발표에 참여한 여성들의 ‘꿈’을 실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20대 여성들이 요구하는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또는 남녀평등권이 더해지고 있다.

역사는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실천해 가는 과정이다. ‘꿈’은 여성을 포함한 사회구성원에게 주는 비전이고 이념이며, ‘실천’은 그들의 행동이고 그 사회의 제도이다. 꿈과 실천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새로워진다. 이것이 역사가 발전하는 모습이다.

여성의 역사 전문 여성단체인 사단법인 역사·여성·미래는 9월 1일, 한국여성운동의 기원인 ‘여권통문’ 발표 120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120년 전 북촌 여성들의 ‘꿈’을 기억하며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북촌투어’가 7~8월에 있을 예정이며, 9월 1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념식과 세미나를 연다. ‘여권통문’ 발표와 관련된 장소에 표석을 설치하는 작업, 한국의 대표 여성미술가 120인의 특별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여권통문’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모두가 인식을 새롭게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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