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 통상브리핑] 다가오는 한·미 자동차 통상 마찰

입력 2018-06-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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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끄는 주력 산업이다. 전체 제조업 생산의 14%, 고용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전체 수출 중 자동차와 부품의 비중은 30%에 이른다. 특히 세계 최대 미국 시장은 우리 자동차산업의 성장 기반이 되어왔다. 작년에 우리나라는 미국에 자동차 84만5000대(146.5억 달러)를 수출해 멕시코, 캐나다, 일본, EU에 이어 5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5만2000대(16.9억 달러)에 그쳐 대미 자동차 흑자는 130억 달러에 이른다. 전체 대미 무역 흑자(179억 달러)의 73%를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어 미국과의 통상마찰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지금까지 한·미 양국 정부 간에는 네 차례 자동차 관련 양해각서 교환이 있었다. 첫 번째 양해각서는 1995년 클린턴 행정부 때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당시 통상산업부 간에 체결되었다. 1986년 첫 수출 이후 9년 만에 대미 수출이 20만 대를 넘어서자 미국 자동차제조업협회(AAMA)는 한국을 ‘슈퍼 301조’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지정토록 USTR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정부 간 협상 결과 우리 자동차세를 최고 41% 인하하고, 수입차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두 번째 양해각서는 IMF 직후인 1998년 통상 기능이 이관되면서 외교통상부와 USTR 간에 체결되었다. 이 문서에서 우리나라는 자동차 관세를 8%로 낮추고, 배기량 7단계인 누진세율을 5단계로 축소하는 등 비관세장벽을 철폐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국 자동차 교역의 구조적 불균형은 개선되지 않았다. 2007년 한·미 FTA 협상에서 미측은 한국이 자동차 80만 대를 수출하면서 미국으로부터 4000대밖에 수입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했다. 협상 결과 세제개편, 안전·환경기준 조정 등 전반적인 국내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 처음으로 FTA에 자동차 챕터를 신설했다.

네 번째 양해각서는 2010년 한·미 FTA 추가 협상 결과 경트럭과 전기차에 대한 관세 철폐 후퇴 등의 합의 내용을 담았다. FTA 발효 이후 미국의 자동차 수출이 세 배 이상 늘고, 앨라배마, 조지아 등에 우리의 대미 투자도 증가했지만 미국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제 한·미 자동차 교역에 또 다른 고비가 다가오고 있다.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에 수입자동차와 부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조사를 개시토록 지시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감안해 270일로 규정된 조사기간을 앞당겨 올해 여름 발표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3월 관세 부과 예외 인정을 받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비해 자동차와 부품의 대미 수출은 규모 면에서 열 배 이상이다. FTA 덕분에 2016년 이후 자동차 교역은 무관세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만약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우리 자동차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더구나 한 해 50억 달러가 넘는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을 문제 삼을 경우 우리 중소기업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멕시코, 캐나다, EU 등에 대한 압박용 카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우리가 타깃이 될 가능성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두 단계로 나누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 자동차 수출이 미 국가안보에 악영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도록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공청회 등에서 적극적 의견 개진은 물론 고위급 협의와 민간 협의 등 공식 · 비공식 채널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지정될 경우에 대비해 철강의 사례처럼 동맹국 예외를 인정받도록 전면적인 로비활동을 해야 한다. 자동차를 빼기 어렵다면 최소한 부품은 예외 인정을 받아야 한다. 우리 자동차와 부품 수출의 명운이 달린 올여름까지 앞으로 몇 달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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