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발언대]수치예보, 슈퍼컴퓨터와 만나다

입력 2018-06-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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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 기상청장

기후변화로 인해 더위가 찾아오는 시기가 빨라졌다. 6~9월에 한해 운영되던 폭염특보는 2015년을 기준으로 연중 운영으로 확대됐다. 올해 6월부터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 경향을 반영해 호우특보 발표 기준시간을 6시간에서 3시간 간격으로 변경했다. 특보기준을 바꿀 만큼 변해가는 기상·기후로 국민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예보관에게 주어진 책임감과 부담감 또한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세계 각국의 예보관은 수치예보모델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수치예보란 기상요소의 시간 변화를 나타내는 물리 방정식을 계산해 대기 상태를 예상하는 방법으로, 이를 위해서는 수치예보모델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성능 수치계산만을 목적으로 만든 슈퍼컴퓨터를 사용해야 한다.

최초의 수치예보는 1922년 영국의 리차드슨에 의해 고안됐으나, 수치예보 계산 결과는 실제 대기와 너무나도 다른 결과를 보였다. 게다가 계산양이 방대해 수치예보가 실용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1948년,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인 ‘애니악’이 미국에서 개발되면서 수치예보모델을 통해 날씨를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수치예보모델은 계산할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에 예보관은 더욱 정확한 대기 상태 분석을 위해 기상위성에서 생산하는 방대한 기상관측자료를 이용한다. 대기의 상태를 정교하게 재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수많은 계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기상위성 관측자료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슈퍼컴퓨터의 더욱 빠른 연산 능력도 현재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 결과, 슈퍼컴퓨터는 수치예보를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가 됐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1호기를 2000년에 처음 도입했다. 이후부터 수치예보모델의 해상도와 성능이 향상되고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이전보다 계산능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를 5년 주기로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 도입했던 슈퍼컴퓨터 4호기는 전 세계 13개국만 운영하는 ‘전 지구 수치예보모델’ 해상도를 55㎞에서 17㎞로 좁혀 수치모델의 예측 성능을 월등히 향상시킨 바 있으며, 국지 앙상블 모델을 추가로 생산해 한반도의 위험기상을 예측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올해 6월, 기상청은 10㎞ 간격의 전 지구 수치모델의 해상도를 구현했다. 한반도를 표현하는 모델 격자점의 수도 기존보다 약 3배 정도 증가하여 지형의 굴곡도 더욱 현실화됐다. 이번에 적용한 10㎞ 전 지구 수치모델은 9㎞의 해상도를 사용하고 있는 유럽중기예보센터를 제외하면 영국, 미국과 같은 수준의 고해상도의 모델이다. 이에 기상청은 새로운 전 지구 수치모델을 통해, 여름철 북반구는 최대 7.8%, 아시아 지역은 3.7% 기상상태 예측 모델 수준이 향상돼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수치예보는 슈퍼컴퓨터를 만나면서 가능한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의 수치예보기술 또한 수치예보와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함께 성장하면서 세계 5위 수준으로 향상됐다. 기상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6월부터 운영하는 10㎞ 전 지구 수치모델과 2019년 개발이 완료되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함께 운영하기 위해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 5호기의 든든한 지원과 더불어 수치예보기술도 향상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확한 수치예보 자료들이 많이 생산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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