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국회 원구성] 빨라진 ‘재벌개혁’ 시계… 상법 개정안 등 ‘뜨거운 감자’

입력 2018-06-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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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야당이 국회의 장기 공전을 해결하고자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하면서 한 달 가까이 방치된 재벌개혁 입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여야는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보험업법 개정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유통법 개정안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주목된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원 구성 완료 후 법제사법위원회는 9월 정기국회 통과가 추진되는 상법 개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제 집중을 해소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는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가운데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두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는 각 기업이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면서 총수 일가를 포함한 대주주의 지분율을 3%까지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가져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3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가 3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는 것이 가능하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은 ‘재벌개혁’을, 야당은 ‘경영권 안정’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순환출자 해소 △일감 몰아주기 제한 △지배력 확대 세습 방지 등 관련 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국당은 기업 규제에 소극적이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보통의결 요건을 발행주식총수 20%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주총 의결 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혁신적인 기업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해외에는 사례가 없는 감사,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폐지 규정을 담았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에선 기관투자자들의 책임을 강조한 제도인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 방안을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대신할 제도로 꼽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살리면서도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경영권을 방어하는 장치를 마련해두는 운용의 묘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5년째 계류 중인 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지방공약 실천 태스크포스(TF), 경제정책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혀 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에 대수술에 나서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도 연내 처리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개혁과 갑을관계 해소 등을 놓고 많은 입법 과제를 추진하고 있는 정무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기존 자유한국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커 입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3월 공정거래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공정거래법은 제정 이래 필요한 사항을 부분적으로 27회 수정함에 따라 흐트러진 체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위가 제시한 17개 논의 과제는 경제력 집중 억제 규율과 경쟁 제한 행위 규율의 체계적 정비 등 법률구성체계 개편, 시장지배적지위남용 규율 현대화, 불공정거래행위 규율 체계 정비 및 형벌조항 정비 및 전속고발제 개편 등이다.

다만 야당 상임위원장들은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강화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고 대기업 제재 부분에 반기를 들고 있어 여야 조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보험업법 개정안도 청신호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이종걸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법안으로,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19대 국회에서 기간 만료로 폐기된 이후 20대 국회 들어와 이 의원이 다시 한 번 발의했지만 야당의 벽에 부딪혀 처리되진 않았다.

보유 주식 한계 기준을 ‘취득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은 삼성생명에 부담이다. 현행 보험업법 106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단일 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총자산의 3%를 넘기면 안 된다. 삼성생명은 40년 전 취득가 기준으로 5000억 원가량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약 20조 원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20조 원의 지분을 매각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7년이라는 처분 기간을 주지만, 자칫 주식시장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시장 파장을 고려해 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의석수를 130석으로 늘린 만큼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 개정안도 주목된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5월 금융회사 최대주주의 적격성 유지 조건 심사 기준에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충분한’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병상을 지키고 있는 이건희 회장을 사실상 조준한 법안으로 더욱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금융기관은 대주주라 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자산이 모두 대주주의 것이 아니다. 위탁받은 자산이다. 따라서 높은 도덕성과 정확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법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별도로 최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하도록 한 이유다.

현행법에는 변경승인요건 및 적격성 유지조건에 대주주의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적격성 심사에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닌 금융회사에 요구할 수도 있게 돼 있다. 박 의원은 “결과적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주주나 최대주주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복합쇼핑몰 규제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올 초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9월 대기업 계열의 전체면적 3000㎡ 이상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주 2회 의무휴업 대상으로 지정, 대형마트와 비슷한 규제를 적용하는 ‘유통산업법 재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까지 주 2회 쉬도록 만드는 방안이다. 여기에 백화점도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어 여야 간 공방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의무휴업과 함께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을 제한할 수 있는 상업보호구역을 전통시장에서 상점가 등으로 확대하고 상업진흥구역 신설, 상권영향평가서 대상 업종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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