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네디 대법관이 이날 퇴임 결정을 발표했다며 “헌법의 방향에 대한 전투 무대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대법관은 종신직이지만 케네디 대법관의 나이는 올해 82세라 곧 퇴임할 것이란 예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케네디 대법관은 보수적인 성향이 있지만, 낙태와 동성결혼 합법화 등 현대 미국 사회를 정의하는 문제에서는 열린 시각을 보였다. 2015년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에서는 합법화에 표를 던졌고, 전날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 위헌 소송에서는 합헌에 힘을 실어줬다.
케네디 대법관의 퇴임으로 대법원 내의 균형은 보수 성향 4명과 진보 성향 4명으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을 임명했듯이 새로운 대법관으로 강력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지명할 가능성이 커 균형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위대하고 재능있는 뛰어난 사람들의 목록이 있다”며 “케네디 대법관만큼 뛰어난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벌써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마이클 베넷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주의자를 지명하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고 마르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은 “고서치 대법관 같은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는 10월 2일부터 시작되는 상원 전체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정식으로 임명된다. WSJ은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데다 똘똘 뭉쳐있어 대법관 임명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하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