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M&A 총액은 2조5000억 달러(약 2810조 원)에 육박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80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규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이 촉발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치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전 세계 M&A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65%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감면과 강력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미국 기업들이 산업을 통합하거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수를 추진한 덕이다.
미국의 미디어와 통신 부문의 주도로 진행된 ‘메가딜(Megadeal)’이 열풍을 이끌었다. 미국 케이블그룹 컴캐스트와 미디어 라이벌 월트디즈니는 21세기폭스 인수를 위해 70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전쟁에 뛰어들었다. 두 기업은 전통적인 미디어 그룹이 아마존과 구글, 넷플릭스 등과 경쟁하려면 인수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블레어 에프런 센터뷰파트너스 공동설립자는 “기술의 급격한 변화는 모든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창조적이며 전략적인 조합을 구축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상반기 M&A 중 50억 달러 이상 거래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0억 달러 이상 M&A 건수는 79건에 달해 2007년에 세웠던 이전 기록을 새로 썼다. 100억 달러 이상 거래도 35건을 기록했다. 미국 3, 4위 통신사 T모바일US와 스프린트의 590억 달러 규모 합병, 일본 제약회사 다케다의 770억 달러 아일랜드 샤이어 인수 등 ‘블록버스터급’ 거래도 많았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와 주식시장의 호황도 M&A 열풍을 뒷받침했다. 에프런은 “경제 순풍과 지속적으로 강력한 금융환경이 놀랄만한 M&A 시장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은 기업들이 M&A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줬다.
불확실한 규제는 M&A 열풍을 막지 못했다. 이달 미 법무부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반대했으나 법원이 거래를 승인하면서 AT&T는 정부의 반독점 규제를 넘어섰다. 만약 AT&T가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을 경우 수많은 대형 M&A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었다.
아누 아이옌가 JP모건체이스 북미 M&A사업 책임자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규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해지 수수료와 유연한 운영 약정으로 M&A 방식에 여유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퀄컴의 NXP 인수는 중국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 인수를 마무리하는 데 거의 2년이 걸리고 있다.
하반기에도 M&A 열풍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리스크가 남아 있다. 스콧 바르쉐이 폴바이스 파트너는 “올해 상반기 M&A 시장이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였으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무역 전쟁과 금리 인상의 공포, 주식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중대한 위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