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행...그룹별 자본적정성 최대 156%p↓

입력 2018-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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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내 자본적정성 산정기준(제공=금융위원회)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내 자본적정성 산정기준(제공=금융위원회)

2일부터 시행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안을 적용하면 미래에셋 등 일부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이 최대 절반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적정성은 금융회사가 위기 상황 발생 시 스스로 감당할 만큼 자본을 쌓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차원에서 건전성을 관리하는 모범규준을 시행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모범규준’을 2일부터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모범규준은 금융그룹 대표 회사를 정해 그룹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그룹 오너 영향으로 비금융회사 부실이 금융회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그룹은 금융자산 5조 원 이상이거나 여신과 수신, 보험, 금융투자업 가운데 2개 이상 사업을 하는 곳이다.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현대자동차·DB·롯데 등 7개 그룹이 감독 대상이다.

대표적인 감독 사항이 자본적정성이다. 적격자본을 업권별 추가 위험 요소 등을 더한 필요자분으로 나눠 자본적정성을 구한다. 100% 이상이면 당국 기준을 충족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의 △자본의 중복이용 △집중 위험 △그룹 내 전이 위험 등 3가지 항목을 평가해 그룹이 어느 정도 자본을 쌓아야 할 지를 결정한다. '자본의 중복 이용'이란 계열사가 복잡한 출자 등 외부 자금 없이 위기 상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를 보는 요소다. 예를 들어 금융계열사 간 내부출자는 적격자본에서 제외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제 손실 충당금으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호‧순환‧교차 출자 등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이 부분은 구체적인 사실관계 판단이 필요해 추후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이 위험'은 한 계열사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이어질지를 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계량지표와 비계량 지표를 합쳐 5단계 그룹위험관리역량 평가를 한다. 등급에 따라 최대 2.5%까지 필요자본에 더한다. 예를 들어 총자산 100조 원인 기업이 3등급(1.5%)을 받으면, 1조5000만 원을 더 쌓아야 한다.

'집중 위험'은 위험이 그룹의 특정 부문에 집중됐는지를 보는 지표다. 대주주와 거래가 많거나 특정 거래상대방과의 거래량이 과도하지 않은지를 본다. 집중위험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생명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5억815만주(7.92%)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 23조 원 상당이다.

금융위는 우선 통합감독법 제정 전까지 집중위험을 필요자본에 가산하지 않기로 했다. 법으로 자본규제 기준이 확정될 때까지 구체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단장은 “자본규제는 금융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입법 근거 마련돼야 실효성이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모범규준을 기초로 그룹별 자본규제 영향을 모의평가 결과 금융그룹 7곳 가운데 미래에셋 자본적정성이 307.3%에서 150.7%로 가장 큰 폭(156.7%p)으로 떨어졌다. 자본적정성이 사실상 반 토막 난 셈이다. 금융당국은 자본규제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집중위험을 빼고, 전이위험을 3등급(보통 수준)으로 두고 산정했다.

하락 폭을 비교하면 △삼성(328.9%→221.2%, 107.7%p↓) △교보생명(299.1%→200.7%, 98.4%p↓) △롯데(241.2%→176.0%, 65.2%p↓) △한화(210.4%→152.9%, 57.5%p↓) △DB(221.8%→168.7%, 53.1%p↓) △현대차(171.8%→127.0%, 44.8%p↓) 순이었다.

당장 추가 자본을 쌓거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금융그룹은 없다는 것이 당국 판단이다. 모두 자본적정성 100%를 넘었다.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 리스크를 금융 계열사가 감당할 수 있게 자본을 쌓았다는 의미다.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기준치는 8%다. 그러나 국내은행은 평균 15%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 자본규제인 지급여력(RBC) 비율 기준치는 100%이지만 국내 보험사는 통상 250%를 넘는다. 대체로 기준치보다 2~3배 가까이 자본을 쌓고 있는 셈이다. 금융그룹 모두 100%를 넘긴 하지만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집중위험을 비은행지주회사에 적용하는 대주주 발행주식 한도로 집중위험을 계산했을 때 약 19조~20조 원을 필요자본에 더해야 한다. 이때 현재 328.9%인 자본적정성이 약 110%대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제정 전이라 금융당국이 권고치를 주긴 어렵다"면서도 "법이 통과된 뒤에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생명은 자본적정성을 높이려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이 단장은 "각 금융그룹이 금융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경각심을 갖고 사업 경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룹 리스크를 감안해 자본 적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모범규준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규제영향평가 등을 실시해 올해 12월 최종안을 확정한다. 법 통과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초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4월 모범규준 초안을 공개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대우, 현대캐피탈, DB손해보험, 롯데카드가 각각 대표회사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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