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로봇 굴기’를 시행할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이 세계 최대의 로봇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말처럼 2013년부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 소비 시장으로 변모해 2016년에는 전 세계 수요의 30%를 차지했다.
중국이 로봇 굴기를 시행하는 데에는 임금 상승과 고령화라는 두 요인이 작용했다. 중국의 저임금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일례로 상하이시의 최저임금은 10년 전보다 2.5배 상승했을 정도다. 게다가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4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추세라면 2050년 생산가능인구 수는 현재보다 1억 명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분석기관인 IDC의 징빙장 수석 연구원은 “중국은 값싼 노동력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제조 능력을 크게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로봇 소비 대국에 만족하지 않고 로봇 개발 강국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해 여름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직접 국내 기업의 로봇 연구와 개발을 장려했다. 그 결과 2014~2016년 사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로봇 개발 업체는 3000개에 이른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0년까지 매년 20%씩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로봇으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로봇 자동화 30%를 목표로 하는 폭스콘에서는 이미 4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산업 로봇으로 대체되는 직업군은 대부분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에 해당해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득 격차가 급증할 수 있다. 제니 챈 홍콩 폴리테크닉대학 교수는 “산업 로봇의 확대는 중국의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켜 사회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도 일자리 감소 문제를 의식해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카이팡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은 노동자의 사회 보장 프로그램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산업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카이 원장은 “인간에게 주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로봇 발전 방향과 속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교육부는 2020년까지 2850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추가 직업 교육을 제공해 로봇 자동화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업 로봇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 중국의 자동화는 초기 단계다. 국제로봇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의 노동자 1만 명당 산업 로봇은 68대에 불과했다. 1위인 한국이 1만 명당 631대, 미국이 189대인 것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있다. 장 연구원은 “향후 5~10년 이내에 회사 대부분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자동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