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화장품·유통 기업까지… “북쪽으로 진로를 돌려라”

입력 2018-07-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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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 개성공단 재입주 희망… 화장품 업계도 시장 진출 기대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새로 개건된 평양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새로 개건된 평양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뉴시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식품업계와 소비재 업계도 북한 진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업계마다 온도 차는 있지만 저마다 기대감을 갖고 있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과거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의 경우 재입주를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이 기대감을 갖는 이유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뛰어난 손기술과 봉재력, 지리적 장점 등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달 사이에도 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빠른 제품 수급을 요하는 스팟성 아이템과 리오더 물량을 해결하는 데 개성만 한 공장이 없다”며 “재입주 시 얻는 장점이 많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단이 이미 두 차례나 급작스럽게 중단된 적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패션과 더불어 대표적인 소비재인 화장품 역시 남북경협의 기대가 높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라네즈’는 이미 북한 여성 사이에서 고급 브랜드로 취급되고 있다. 다만 남북교역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중국을 통한 밀무역으로 거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장품은 품질이 안 좋을 경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서 개인의 선호와 로열티가 높게 작용한다”며 “한국 브랜드는 높은 구매 로열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도 기대감은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경우 롯데가 가장 적극성을 띠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북방 TF’를 구성하고 북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 3성을 아우르는 북방 지역에 관한 연구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1995년 그룹 내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하고 경협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롯데는 2014년까지 개성공단에 초코파이와 칠성사이다 등의 제품을 공급한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우선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사회문화적 교류활동을 확대해 북방지역과의 관계 강화에 힘써 나갈 것”이라며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룹의 역량을 모아 정부의 북방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의 경우 아직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식품 등과 관련해서는 당장 계획이 없다”면서도 “물류, 인프라 등의 기반 진출이 우선시되고 상황의 진전이 있을 경우 설탕, 밀가루 등의 거래도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로선 이북 출신 오너의 기업이 더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언급된 대표적인 기업이 오뚜기와 샘표였다. 오뚜기를 세운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함경남도 원산 출생으로, 오뚜기는 2007년 임직원 후원금 4300여만 원을 모아 북한결핵어린이돕기운동본부에 전달했고 2013년 식량난을 겪는 북한에 쇠고기 수프 30톤을 보내기도 했다.

샘표 창업주 고 박규회 선대회장과 장남인 박승복 2대 회장 역시 함경도 출신이다. 샘표 또한 북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며 다양한 구호활동을 펼친 바 있다.

박진선 샘표 대표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당연히 간장 등 관련 제품과 얽힌 사업을 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 상황을 보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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