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사외이사제' 깨질까…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 '촉각'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이 ‘제왕적 사외이사제’ 타파 방안으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지난달 중순 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독일의 사례를 들며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후진적 지배구조로 비판을 받아왔던 '셀프 연임' 구조도 해소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의 걸림돌 제거를 위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입증할 방안으로 ‘인적쇄신안’을 내놓기로 했다. 인적쇄신의 일환으로 박인규 전 회장 체제에서 선출되거나 조직의 중책을 담당했던 일명 ‘적폐 세력’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물갈이가 한창인 가운데 사외이사 선출의 제왕적 구조 탈피가 김 회장 표 인적쇄신의 마지막 과제로 남았다.
DGB금융 노조와 지역사회는 사외이사도 일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DGB금융의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박 전 회장과 대구상고, 영남대로 묶인 학연과 경북 경산시로 연결된 지연 등으로 연결돼 있다. 대구은행 사외이사 중 일부는 자신의 자녀를 대구은행에 입행시켜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있다. DGB금융지주의 사외이사인 조해녕 전 대구시장, 하종화 전 대구국세청장은 3월 주총 재선임 과정에서 주주 위임을 받아 참석한 시민단체로부터 제지받기도 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가 도입된다면 내년 3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우리사주조합 지분(4.05%)을 무기로 주주제안을 통해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표할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거수기 이사회'를 극복하고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한 수단이 된다는 복안이다.
기존 사외이사가 현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후진적 지배구조도 타파의 대상이다. 올해 3월 주총에 상정된 지주 및 은행 사외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임추위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가 현직 사외이사들의 추천을 받아 재선임 되기도 하고 지주와 은행 사외이사가 자리를 맞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룹 회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원과 달리 사외이사 추천을 받아 선임된 사외이사 용퇴 문제에 있어서는 대표이사(CEO)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김태오 회장은 “사외이사 선출 구조가 투명하지 않다 보니 CEO 견제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스스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면 도의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주 내 조직개편안 공개…행장 겸직 가능성도 = DGB금융은 이번주 중 조직개편과 새 임원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DGB금융은 지난 12일 사직서를 받은 DGB대구은행의 상무급 이상 임원과 DGB생명, DGB캐피탈 등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부사장 등 33명 중 교체될 임원 자리를 두고 지난 24~27일 신규임원 응모자 80명에 대한 면접을 마쳤다.
김경룡 은행장 내정자가 2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박명흠 부행장이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한다. 전 행장 스캔들에 휘말려 임원급이 물러나면서 행장 경력에 알맞은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김 회장이 당분간 은행장을 겸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회장은 “직무대행체제 하에서는 큰 규모의 투자나 자금조달 등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어 이사회가 겸직 여부도 열어두고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사회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하이포(DGB HIPO Program)를 통해 예비임원 풀을 만들어 차기 행장을 내부에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