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마트 계산대 의자’ 단상(斷想)

입력 2018-07-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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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산업2부장

이마트가 매장의 계산대 의자를 신형으로 교체한다고 한다. 계산대 의자 높이를 종전보다 20%가량 높이고, 등받이도 60% 이상 높여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마트가 의자를 바꾸기로 한 것은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시행되면서 워라밸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형마트 계산대에 의자가 생긴 건 딱 10년 전이다. 당시 노동계에서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앉을 권리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홈플러스를 시작으로 대형마트 계산원 자리에 의자가 놓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이마트가 10년 만에 의자를 바꾸기로 한 것은 계산대 직원들이 종전에 비치된 의자를 별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트에 장을 보러 가 봐도 앉아서 계산하는 직원은 거의 드물다. 앉아서 일하면 ‘건방지다’거나 ‘서비스 정신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이 있어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거의 서서 일해 왔다는 것이다.

의자를 둔 지 10년이나 됐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는 달라진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마트 계산원들이 의자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마트 계산대 의자가 주는 단상이 있다. 200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 잠시 생활하게 됐을 때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는 직원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어서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생각조차 할수 없었던 장면이라 내겐 노동자 권리를 중시하는 유럽 경제 체제의 표본처럼 뇌리에 박혀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국가의 강력한 규제와 노동자 과보호 등의 노선을 채택해 온 유럽은 최근 몇 년 사이 과거와 전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특히 10여 년째 1%대 저성장, 10%에 가까운 고실업이라는 ‘프랑스병(病)’이 깊어진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동개혁과 친기업정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을 필두로 샹젤리제, 마레 등 12곳의 프랑스 파리 관광지역 상점들은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111년간 금지되어 온 일요일 영업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내수 부진에다 테러 사태 등으로 관광객마저 끊기자 2015년 집권여당이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법을 개정해 노조 반발을 무릅쓰고 일요 영업을 개시한 것이다. 이 법은 당시 마크롱 경제산업부 장관이 ‘성장과 활동, 경제 기회에의 평등 실현’이라는 취지로 입법한, 일명 ‘마크롱법’으로 불린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으로도 모자라 백화점, 복합쇼핑몰, 면세점 등에까지 의무휴업을 확대할 기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는 유통 규제 강화 목적의 법 개정안이 20여 건 계류 중이다.

여기에다 해고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경직된 고용 제도로는 일자리를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철도노조를 비롯한 강경 노조를 대상으로 노동개혁을 관철시켜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마크롱 대통령의 여러 시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대한 공공 부문을 줄이는 대신 혁신산업을 키움으로써 프랑스를 ‘스타트업 국가’로 탈바꿈시키려는 것이다. 혁신성장을 국가 주요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IT 관련 벤처기업 육성책과 외국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서만 몇 차례나 외국 대기업 CEO들을 초청해 프랑스 세일즈에 나섰다. 3월엔 구글의 인공지능(AI)센터를 파리에 유치했고, 5월엔 페이스북을 비롯해 IBM,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등으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등 파리는 최근 영국 런던을 제치고 외국인 직접투자(FDI) 매력도에서 유럽 도시 중 1위에 랭크됐다(언스트앤영 조사). 실제로 프랑스를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개조하려는 마크롱의 노력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6년 만의 최고치, 3만 개 일자리 창출 등의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최장 시간 일할 정도로 아직 유럽과 비교하면 근로 조건이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가계부채, 기업투자와 민간소비의 부진 등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소들이 산재하는 현 상황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마크롱식 경제 개혁을 병행할 수 있는 현명한 정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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