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개혁 놓고 금융위와 '엇박자'…‘삼바·근로자추천이사제·키코사태’ 동상이몽

입력 2018-07-10 13:54 수정 2018-07-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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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개혁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발표한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놓고 금융권에선 ‘숨겨놓은 발톱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근로자 추천 이사제 △키코(KIKO) 분쟁 등 윤 원장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과제에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자, 금융당국 수장 간 마찰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윤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윤 원장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2015년 이전 회계처리와 관련한 부분까지 수정 요구를 한 것과 관련해 “(5월 제시한 감리 조치)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달 20일 증선위는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추가 검토를 요청했다. 2015년 이전 회계처리에 중심추가 쏠릴 경우 2015년 회계변경에 대해 ‘고의-분식회계’가 적용되기보다는 2012년 설립 시 (중)과실에 의한 회계처리 미숙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윤 원장이 혁신 과제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담은 것도 최 위원장과 시각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노동이사제가 논의되는 만큼 방향성이 정해진 뒤 금융공공기관에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윤 원장은 금융사 경영실태평가 때 근로자 등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을 집중 점검하고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 등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시절 권고안에 담은 ‘노동이사제’에서 ‘근로자 추천 이사제’로 한발 물러나긴 했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최 위원장의 입장보다 한발 더 나아간 단계를 제시한 것이다. 윤 원장은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이런 이슈를 좀 더 논의하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금융위원장의 생각이 보다 보수적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현시점에선 금융위원장 생각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코 사태’를 두고는 금융 수장 간에 뚜렷한 입장 차를 보였다. 윤 원장은 혁신과제 중 소비자피해 사후구제 기능에 키코 전담반 설치 운영을 포함하면서 피해기업 상담 및 사실관계 등을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 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시절 금융위에 키코 사태 전면 재조사를 권고한 것과 일치한다.

윤 원장은 “키코 등 과거 발생한 소비자 피해나 암보험, 즉시연금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민원 분쟁 현안은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혁신위 권고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다 끝난 시점에서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윤 원장은 이날 금융위와의 마찰 가능성에 대해 “감독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정책 집행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돕는 기능도 있다”며 “금융위가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것을 도와줘야 하며, 큰 틀에서 금융위와 조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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