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주주환원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한편에서는 감세 혜택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자리서치 업체 트림탭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2분기 자사주 매입 계획이 4370억 달러(약 488조1290억 원)에 육박했다고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2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는 1분기의 242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2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깬 것이다.
애플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웰스파고와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은행들도 최소 200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와 기업 임원들에게 호재다. 기업이 방대한 양의 주식을 매입하면 수요가 발생해 주가가 상승한다. 실적 발표에서 수익을 나타내는 지표인 주당순이익(EPS)을 부풀리는 효과도 있다.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 열풍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과 경제성장으로 인한 실적 호조가 있다. 지난해 말 세제 개편으로 미국의 법인세율이 35%에서 21%로 인하됐다. 외국에서 얻은 이익을 미국으로 송금할 때도 세금 혜택을 받는다. 세법과 강력한 경제가 기록적인 이윤을 남기면서 경영진들은 주주를 위해 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감세 혜택 대부분을 투자자들과 고위 경영진에게 돌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에드워드 울프 뉴욕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상위 10% 가구가 주식의 84%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감세 덕분에 550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보너스와 급여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주주들이 얻는 이익에 비해 미미하다. 트림탭스는 2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는 매 거래일마다 6800만 명의 근로자에게 1000달러 보너스를 줄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인하의 명시적인 목표는 기업이 더 많은 투자와 지출을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경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1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660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분석가들은 S&P500 기업들의 자본 지출 증가 속도가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의 증가 속도를 능가하는 것으로 보고 놀랐다. 체탄 아햐 모건스탠리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설비 투자는 6년 만에 처음 개선되고 있으며 회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비 투자의 실제 소요 금액은 자사주 매입보다 낮았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자본투자계획지수는 7.8포인트 하락한 107.6포인트에 그쳤다. 비주거용 고정투자는 1분기에 6.1% 증가했지만 2017년 말보다 증가 속도가 느리다. 다만 실적 발표를 앞둔 2분기에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인상하며 공장이나 장비 투자에 자금을 소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날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이미 건강하기 때문에 세법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머니는 정부는 경제 침체기에 경기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붐’을 일으킬 수는 없다면서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연구는 감세가 경제를 거의 증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자사주 매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주주들이 얻은 이익을 새로운 회사에 투자하거나 주택을 구입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고 주장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주 매입 비판론자들을 향해 “기본적으로 무식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