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파산] 빚의 시작은 학자금 대출… 생활고에 고금리 대출 악순환

입력 2018-07-11 10:59 수정 2018-07-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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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학자금 대출 잔액 1.7조 10명 중 4명 빚 떠안고 사회생활

대한민국 청춘들의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학자금'이 그들 삶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청년층 부채 악순환의 경로는 '학자금 대출 → 저소득 → 저신용 → 고금리 → 채무 악순환 → 신용불량'이다. 결국 20~30대 청년들이 떠안는 빚의 시작은 ‘학자금 대출’이란 분석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학자금 대출 잔액은 1조7437억 원이다. 학자금 대출 규모는 2016년(1조9128억 원) 대비 8.8% 감소했지만 취업포털 커리어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10명 중 4명이 학자금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들에게 학자금은 ‘족쇄’일 수밖에 없다.

◇졸업 후 3년 內 상환내역 없으면 국세청 관리 받아 = 장학재단의 올해 학자금대출 산정 금리는 2.2%다. 낮은 금리로 시작하지만 상환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장학재단 ‘취업 후 상환’은 연간 소득 1856만 원(2017년 기준)을 넘으면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만약 졸업 후 3년 동안 상환내역이 없으면 장기 미상환자로 분류돼 국세청 관리를 받는다. 대출자 형편에 따라 상환 유예가 가능하지만 그간 불어나는 이자는 막을 수 없다.

이들에게 대출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학비만으로 대학을 다닐 수는 없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경우 방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생활비 대출’에도 손을 뻗기 시작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한국갤럽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은 학자금(53.2%) 이외에도 생활비(20.5%), 주거비(15.8%) 등의 이유로 대출을 이용했다.

◇사회 초년생, 시중은행 대출 문턱 못 넘어… 2금융권 약탈적 고금리에 '허덕' = 금융 이력정보가 부족한 청년층은 제1금융권인 은행을 이용하기 어렵다.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이 찾는 곳은 제2금융권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보다 2~3배 높은 저축은행 이자를 20대가 감당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금융권 평균 대출금리는 △일반학자금 2.6% △취업후상환학자금 3.1% △은행 6.6% △여전사 9.6% △저축은행 14.3% △대부업체 17.0% 순이다.

금융감독원에도 저축은행과 카드론, 대부업의 고금리 대출에 빠져 채권 추심을 못 견디고 민원을 넣은 20~30대가 상당수다. 금감원에 따르면 A(30) 씨는 과도한 채무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제2금융권 대출에 손을 댔다. 이후 대출 돌려막기 등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결국 법원에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다. A 씨는 채권자들 압박에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령대별 저축은행 신용대출 증가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년간 20대 차주의 개인신용대출 잔액 증가율은 14.9%로 가장 높았고 차주 수도 3.9%가 늘어 유일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상환일로부터 90일 이상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증가율도 20대가 14.1%로 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높았다.

◇'30일 무이자 대출'에 현혹… 제도권 밖 대부업 노예로 전락 = 빚의 계속되는 압박은 청년을 더 감당하기 힘든 곳으로 몰고 간다. 공식적인 통계도 확인하기 어려운 곳은 고금리 시장 즉, 대부업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25%를 초과하는 금리에 노출된 20대만 25만70명이다. 이들이 빌린 돈은 8972억 원으로, 연체액만 462억 원에 달한다. 대부업 시장으로 몰린 20대 저신용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가혹하다. 또 대부업체 20대 차주 26만2000여 명 중 70.3%(18만4414명)는 24% 초과~27.9% 이하 금리구간에 몰려 있고, 25.2%(6만6205명)는 현행 법정 최고금리인 27.9% 초과 구간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가 미래의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노출된 현재, 이들을 보호하는 방법에는 명확한 해답이 없는 실정이다. 장동호 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자금 대출의 가장 큰 맹점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신용능력도 보지 않고 대출을 해주는 곳은 장학재단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자금 대출을 갚는 시점에서 다른 대출들이 연체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적어도 저소득층, 청년들에게는 생활비와 관련한 장학금을 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득의 정의금융연대 대표는 “학자금, 주거자금대출 등 원천적으로 채무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 청년 지원 제도 자체가 늘어나야 한다”며 “빚을 지기 시작한 청년들에게도 학자금 대출을 무이자에 가까운 저리로 해주고 장기적으로 차등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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