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 100일 성적표, 3兆 몰렸지만 수익률은 ‘시큰둥’

입력 2018-07-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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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1개월 수익률 -2.17%…3개월 간 12개 펀드 중 ‘+’수익은 단 1개…국내외 증시 불확실성 직격탄

벤처기업의 모험자본 공급을 목표로 만든 코스닥벤처펀드가 13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정부의 의지와 금융투자업계의 호응에 힘입어 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지만, 성과는 썩 좋지 않았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코스닥벤처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조9412억 원에 달한다. 불과 100일 사이에 3조 원이 몰렸지만, 펀드 수익률은 민망한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17%다. 출시 3개월이 지난 7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 역시 -2.33%로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 12개 가운데 출시 이후 플러스 수익(4.32%)을 기록 중인 펀드는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증권투자신탁’이 유일하다.

수익률 기준으로 2위를 기록한 하나UBS코스닥벤처기업&공모주증권투자신탁도 -0.12%로 손실 상태이고, 3800억 원 넘게 자금이 몰리며 공모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KTB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 역시 -2.57%로 저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입한 상품으로 알려졌던 ‘브레인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 펀드도 -2.65%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주식 비중이 높은 코스닥벤처펀드 특성상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증시 불확실성이 직격탄이 됐다고 보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벤처기업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50%를 투자한다. 벤처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등 메자닌 채권을 포함한 신주에 15% 이상, 코스닥 중소·중견기업의 신주·구주에 35%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단기적 수익률과 별개로 장기적 성과를 위해서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벤처펀드는 벤처기업 자금 조달 활성화와 벤처 투자의 과실을 국민과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다수가 가입하는 공모보다 사모 위주로 펀드 시장이 자리 잡으면서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공모펀드 12개에 7820억 원이 유입된 반면 207개 사모펀드에는 2조1592억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펀드 개수나 자금유입액 모두 사모펀드 규모가 압도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공모주 물량 배정에 있어서 공모펀드에 유리하도록 개선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모펀드에 편입되는 채권의 경우, 최소 두 곳 이상의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벤처기업 채권 대부분이 ‘무등급’이라는 점에서 편입할 수 있는 채권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당국이 ‘적격기관투자자(QIB)에 등록된 메자닌 편입 허용’이라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벤처펀드로 인한 전환사채(CB) 시장의 왜곡 현상의 우려도 존재한다. 공모주 우선 배정을 위한 코스닥벤처펀드의 CB 수요가 커지다 보니 비우량 기업들의 CB 발행 물량이 늘어나거나, 표면금리가 0%인 CB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일인 4월 5일부터 11일까지 신규 발행된 CB(비상장사 포함) 발행 규모는 96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 금액인 6168억 원보다 약 56% 증가한 규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벤처기업 신주, 코스닥 상장사 신·구주를 담아야 하는 비율 때문에 오버밸류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버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비율을 낮추든지, 유예 기간을 주든지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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