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6.4%가 뛴 최저임금이 내년에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이 버거운 편의점 점주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을 꺼리면서 편의점 순증 추세도 확 꺾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이날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개사의 가맹점주들로 구성돼 있다. 회의에는 각사별로 점주 대표가 최대 3명씩 참석할 예정이다.
협회가 단체행동을 모색하는 것은 인건비 부담이 지금보다 커지면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무리한 추가 인상은 감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야간에 인원 상주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매출은 부진한데 심야 인건비 부담만 높아지는 상황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노사정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 최근 노동계에서는 5인 미만의 사업장 근로자에게도 오후 10시 이후에 1.5배의 야간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는 기자회견이나 입장문 발표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업계의 입장을 외부에 알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오후 10시 이후 심야 시간에 물건값을 5%가량 올려 받는 이른바 ‘심야 할증’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2017년에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자식 같은 알바생들과 최저임금 때문에 대립관계 속에서 일해야 하느냐”며 “내년에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충분히 논의해서 미리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주들은 최저임금 때문에 힘들지만 몸집불리기에 나선 본사가 문제다. 50m 옆에, 혹은 같은 건물에 2개 매장을 만들고 있다. 매장 수 싸움을 하는 사이 편의점주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된다. 죽어나는 건 점주들뿐”이라고 토로했다. 심야시간대에 물건값을 5% 올리는 것에 대해선 “자구책 논의 과정에서 나온 얘기로,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편의점 가맹본부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저임금이 더 오를지 몰라 상황을 지켜보는 예비 창업자가 늘고 있어서다. 이에 올해 상반기에는 편의점 순증 수가 작년보다 확 줄었다.
CU의 올해 상반기 점포 순증 수는 39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42개와 비교하면 3분의 1토막 났다. GS25 역시 올해 순증 수는 343개(전년 1048개)에 그쳤다. 세븐일레븐은 이보다는 감소폭(388개→270개)이 적지만 순증 규모가 준 건 마찬가지다.
업계는 올 들어 순증 규모의 대폭 감소는 폐점 수 증가 영향이 아니라 출점 기준 강화에 따른 우량점 중심 개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영향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창업을 미루거나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