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날 발표된 에미상 후보에 112개 작품을 올렸다. 에미상은 미국 방송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3년 전 넷플릭스의 후보작은 34개에 불과했다. 넷플릭스는 후보작 수에서 17년 연속 에미상에 가장 많은 작품을 올린 전통적 강자 HBO를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HBO는 올해 108개 후보작을 내놓았다.
이날은 올해 80억 달러(약 8조9856억 원) 투자를 계획하며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쏟은 넷플릭스에 기념이 될만한 하루였으나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전일 대비 1.23% 하락했다. 장중 한때는 3%까지 떨어졌다. 이날 주요 지수가 상승하고 나스닥 지수는 1.39% 오른 7823.92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넷플릭스 주가가 하락한 것은 전날 UBS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UBS는 넷플릭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2배 이상 급상승해 고평가됐다고 봤다.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약 1800억 달러로 올해 예상 매출액의 10배 이상이다.
넷플릭스는 1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가입자의 증가 속도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1분기에 740만 명 늘었으나 2분기에는 550만 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에릭 쉐리던 UBS 애널리스트는 “지난 분기 수준의 눈에 띄는 성장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넷플릭스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경쟁사들의 위험을 무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넷플릭스 목표 주가를 425달러에서 375달러로 낮췄다.
넷플릭스가 국내외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각 시장에 맞는 작품 공급을 늘리고 있으나 작품의 질에 대한 평가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후보작을 많이 내놓았지만 넷플릭스의 에미상 수상은 유력하지 않다. 전통적 강자인 HBO와 지난해 ‘시녀이야기’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의 대결이 예상된다.
이들은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이다. 훌루는 월트디즈니와 21세기폭스가 투자한 회사다. HBO는 모회사인 타임워너가 미국 통신 대기업 AT&T에 인수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힘을 싣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과 애플 등 IT기업도 스트리밍 업계에 뛰어들면서 지형 변화 가능성도 크다. 디즈니는 내년부터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며 IT 대기업들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앞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벤저민 스윈번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의 성공은 해외 성장 기회의 크기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선두를 차지했으나 경쟁 심화로 가입자 증가가 둔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면서 쫓는 입장에서 쫓기는 처지가 됐을 때 넷플릭스의 진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