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과정이 결코 순탄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거와 지금은 (논의 방식의)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북한의 지도자가 미국의 대통령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면서 “양 정상이 직접 국제사회 앞에서 약속하고, 그에 따른 실무협상을 해 나가는 ‘탑-다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거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간 합의를) 실제로 이행해 나가는 실무협상 과정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이 있을 수 있고 여러 어려운 과정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 “그런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정상간 합의가 반드시 실행될 수 있도록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 국제사회가 함께 마음과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의 국제적 위상이 아주 높아졌다”라며 “아세안과 관계를 주변 4대 강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신(新)남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자리에 참석한 동포들을 향해 “싱가포르 동포사회는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안중근 의사를 도왔던 정대호 선생이 약 100년 전 이곳 싱가포르에 첫발을 내디뎠고, 그 후 동포들은 한인회를 결성하며 성장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관계가 한 차원 높아지고 여러분의 삶이 더욱 풍성해질 방안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정부도 동포사회의 위상이 더 높아지도록 애쓰겠다.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 동포들이 민족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 문화·역사와 한국어 교육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아세안 항공운수협정의 개정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항공운수협정 개정은 조금 미묘한 대목이 있다”라면서 “한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가는 자유항공운수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업계가 반대하는 등 여러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저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에 재학 중인 한 대학생은 한국과 싱가포르 모두 징병제를 시행하는 데 따른 ‘이중 병역의무’에 대해 문의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가지 불편한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라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 간의 협의를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동포간담회에는 한국 주요 건설기업의 현지 대표, 동남아 진출 기업 중 '1사 1청년 일자리 운동' 협약 체결 업체 가운데 싱가포르 소재 기업 관계자, 협약 체결을 계기로 채용된 우리 청년 등을 비롯한 현지 교민 3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