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韓산업 영향은] 美마이크론보다 삼성 SK하이닉스 압박

입력 2018-07-16 09:10 수정 2018-07-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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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투데이)
(그래픽=이투데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수출의 ‘일등공신’인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6일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중국도 미국의 관세부과가 발효되면, 즉시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서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대될 경우 관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반도체 업계에선 ‘우회 생산론’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중국에서 반도체 부품을 만들어 제3국가에서 이를 다시 완제품으로 만드는 방안이 그 골자다. 그러나 이 역시 물류·생산 비용 등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영업 담당자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고, 중국 못지않게 미국도 큰 수요처이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은) 확실히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 현재는 확정된 것이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향후 관세가 부과된다면 우회 생산 등의 방법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이번 무역전쟁을 계기로 보호 무역을 펼치며, 경쟁국의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지방법원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기한 제품 생산과 판매 중단 소송에서 UMC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중국의 확고한 반도체 굴기 의지 표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다른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현재는 미중 무역분쟁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어 중국 정부의 압박이 마이크론에 집중되고 있지만, 향후 중국 정부의 압박이 마이크론보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선회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중국이 언젠가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결국에는 또 앞서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이런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 중국은 지금 낸드 32단을 하고 있고, D램 기술력도 한참 떨어진다. 마이크론 제재 역시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의미이지 실제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경쟁 반도체 생산국가를 압박하게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중국 IT 기업들”이라며 “반도체는 예전처럼 단순한 부품의 의미가 아니고, 기술격차도 크고 스마트폰 등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상당히 높다. 공급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관세까지 부과해 수입을 자제시킨다는 것은 난센스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투데이)
(그래픽=이투데이)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단기적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반도체가 대부분 중국에서 소화되고 있고, 미국에 수출되는 물량이 미미하다는 이유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에 한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장 있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소비되고 미국에 가는 물량은 많지 않다”며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반도체는 부품산업인 만큼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IT제품 생산이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해 반도체 수요도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중국에서 생산한 반도체의 미국 수출이 아니라,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내수 시장 타격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막혀 생산을 줄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내 반도체 수요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된 가운데도 중국의 6월 대미 무역 흑자는 전월 대비 17.86% 증가한 289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도 1337억6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8% 늘었다.

중국 역시 한국 반도체 수출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반도체 기업의 지역별 수출 비중은 중국이 41.9%로 가장 높다. 미국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3% 정도다.

결론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 → 중국 내수 시장 타격 → 중국의 한국 반도체 수요 감소 등의 순으로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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