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의 숨은 승리자…베트남산 가구가 뜬다

입력 2018-07-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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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관세 부과에 베트남 상승세 이어질 전망…중국 연계 공급망·저렴한 인건비가 무기

▲베트남 하이퐁의 항구에 선적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트남산 가구가 미중무역전쟁의 승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퐁/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하이퐁의 항구에 선적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트남산 가구가 미중무역전쟁의 승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퐁/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최근 베트남 증시가 폭락하면서 베트남은 무역전쟁의 첫 희생양으로 꼽혔다. 그러나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트남산 가구가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의 빈자리를 파고들어 미국의 수입 가구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중국산 가구는 미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지난해 미국의 수입 가구 시장 규모는 총 630억 달러(약 71조1585억 원)였는데 그중 중국의 점유율은 50.9%였다. 중국 가구 수출 증가세도 가팔라 1996년 24억 달러였던 수출액은 지난해 319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10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산 가구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구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이 물러나면 2위와 3위인 멕시코와 캐나다가 그 자리를 넘겨받을 수도 있지만, 토마스 코스터그 픽텟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들이 1위를 차지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캐나다의 가구산업은 쇠퇴하고 있고 멕시코는 공급망과 클러스터가 부족해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경쟁자들이 떠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베트남의 대미 가구 수출액은 1997년 0달러에서 시작해 지난해 47억 달러를 달성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가레스 레더 아시아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남부의 공급망은 베트남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 베트남은 일대일로 사업을 바탕으로 쿤위허 철도를 개통했으며 중국 내 철도와 연결해 국가 간 수출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레더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의 인건비는 멕시코보다 저렴해 큰 이점을 가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남미의 대미 가구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도 베트남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칠레의 대미 가구 수출액은 2004년 6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00만 달러로 급감했고 브라질의 수출액도 2005년 4억6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8400만 달러로 줄었다. 코스터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이 높은 기술력과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아시아가 값싼 노동력과 클러스터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동안 남미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베트남 가구업계에도 위험요소는 있다. 최근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늘어 미국이 베트남을 경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2000년 4억5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84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는 중국과 독일 등의 뒤를 이어 5번째로 많은 액수다. 베트남은 가구뿐만 아니라 의류와 전자제품 분야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미국과 중국 모두의 견제를 받을 위험도 있다. 레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관세 부과로 말레이시아산 태양광 패널 수입이 크게 늘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말레이시아에도 관세를 부과했다”며 “베트남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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