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소득주도성장, 바꿔야 할 때다

입력 2018-07-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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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0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 들어 취업자 증가가 2월부터 5개월 연속 10만 명대 이하를 기록해 고용절벽이 고착화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여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를 32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정부는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가계소득을 올리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펴고 있다.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여 경제가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계소득을 늘리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11조2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고 올 예산 규모를 지난해보다 7.1% 늘려 428조8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상반기에 정부는 3조9000억 원의 추경을 다시 편성했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는 하반기에 4조 원 규모의 재정을 추가로 보강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제가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 당연히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기가 회복세를 보여야 한다. 더구나 정부는 예산을 일자리 만드는 데 집중 투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고용이 개선돼야 한다. 결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3%는 지킬 것으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고용 충격이 심각하다.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을 유지하려면 연간 3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 일자리 증가가 10만 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상 경제가 고용 창출 기능을 잃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다시 10.9% 올려 시간당 8350원으로 정했다.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소상공인들이 불복종 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 철강, 자동차, 전자 등 주력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상실해 성장동력과 고용 창출 능력을 함께 잃고 있다. 여기에 기업 양극화가 심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따라서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새로운 기업환경을 조성해 경제의 공급부문을 개조하지 않으면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은 무위로 돌아간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 개혁을 서두른 점이다. 노동부문이 낙후한 우리 경제가 당연히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우리 경제의 수용능력이 부족했다. 억지 개혁의 역효과로 6월 임시근로자와 일용직 근로자가 각각 13만 명과 11만7000명 감소했다. 노동시장 개혁이 고용대란의 뇌관을 터뜨린 자충수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을 사실상 지키기 어렵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혀 경제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기본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수요 관리 정책이다. 최소한 몇 달 내에 경기회복의 신호가 경기지표, 고용동향 등에서 나타나는 정책이다. 정책을 펴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오히려 경기침체와 고용난이 심화한다는 것은 정부 정책이 오류라는 증거다.

정부는 경제 정책의 궤도를 바꿔야 한다. 무리한 소득주도 성장을 지양하고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일으키는 공급부문의 혁신 정책을 먼저 펴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의 기본요소인 공급부문의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정부 지출을 늘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펴면 경제가 올바르게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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