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무원사회 변화 없는 규제개혁은 ‘공염불’

입력 2018-07-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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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직무대행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세를 나타내며 규제 개혁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권마다 규제 개혁을 부르짖으며 공무원들을 닦달하고 있지만, 하나를 없애면 두 개가 더 생기는 규제 개혁의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규제 개혁이 답답하다”고 토로하며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사상 처음으로 회의 당일 연기하는 초강수를 뒀을까.

하지만 공무원 사회는 문 대통령의 초강수에도 앞장서 규제개혁안을 내놓지 못하고 서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고 한다. 하나의 규제를 완화하면 다른 이익단체의 피해나 밥그릇이 달린 경우가 많다. 그동안 진통을 겪어온 규제 대부분이 이처럼 이익단체나 부처 밥그릇과 연관이 있어 쉽게 규제개혁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규제 완화 후 피해를 봤다는 민원이 제기되면 감사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예도 많아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실제 모 부처 국장은 규제 개혁에 앞장섰다가 투서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결국 형사재판까지 넘어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미 진급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시각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규제 개혁과 관련해 “공무원 때문에 규제 개혁이 안 된다고 비판하지만, 현실적으로 공무원이 규제를 완화하면 감사를 받는 등 불이익이 뒤따른다”며 “규제 개혁을 한 공무원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실상 경제단체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한 이번 박 회장의 발언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혁신적인 규제 개혁을 푼 담당 공무원에 대해 문제가 있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은 수도 없이 나왔다. 하지만 규제 완화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거나, 규제 완화로 피해를 본 이익단체가 정치권이나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결국 그 책임은 담당 공무원이 지는 형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부처 공무원들의 얘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감사에 자유로울 수 있는 공무원이 몇 명이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정권에 한 번 찍힌 부처나 규제 개혁을 위임받은 공기업은 정권 초기 6개월가량 감사원에 탈탈 털리면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결국 하나의 규제를 풀면 그 규제에 혜택을 보는 사람이 있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어서 정권 초기 감사원이 성과를 내려고 작심하고 그 책임을 물으면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첫 규제혁신 현장 행보로 찾아간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소아당뇨 환자 어머니인 김미영 씨를 만나 안타까워한 사연은 규제 개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문 정부는 홍보하고 있다. 김 씨는 소아당뇨 환자가 하루에 열 번 이상 바늘로 피를 뽑아 혈당을 체크해야 하는데, 10살 된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어서 수소문 끝에 외국에 피를 뽑지 않아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김 씨는 이 혈당측정기를 구매해 다른 환자들에게도 소개해 주고 ‘소프트웨어 기술자’라는 경력을 살려 이 측정기가 측정한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다른 환자들에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해 7차례 조사를 받았고 결국 검찰로 넘겨졌지만, 검찰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 풀려났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대표적인 규제 적폐 사례로 꼽았지만 만일 담당 공무원이 다른 혈당측정기 업체의 문제 제기에도 가만히 있었다면 분명 직무유기로 처벌을 받거나 사안이 경미하다면 경고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무인편의점 의약품 영상판매나 원격 의료진료 등 대한약사회나 대한의사협회의 힘센 이익단체가 정치권과 결부해 반대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과감하게 규제 개혁을 풀었을 때 나타난 작은 부작용에 대해 감사원은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까. 당연히 그 공무원이 고스란히 모든 책임을 안고 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공무원 사회의 과감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부르짖는 정권의 규제 개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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