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에 따르면 은산분리 규제를 담당하는 상임위인 정무위에 은산분리 완화를 찬성하는 민 의원이 정무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여당 간사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을 발의한 정재호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재호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안은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하도록 했다. 단,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즉 재벌은 현재와 같이 지분한도를 4%로 제한하게 했다.
그동안 은산분리 유지를 고수한 민주당 내 기류 변화도 엿보인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특례법을 통해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하면 그동안 자본금을 늘리는 데 애를 먹었던 인터넷 전문은행도 시중은행 못지않은 규모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특례법을 통한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싣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경제규모 확대와 경제시스템 선진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라는) 원칙 적용 방식을 재점검할 시점이 됐다”며 “은행법상 은산분리 원칙을 덜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의원들께서 특례법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는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300억 원에 그쳤다. 계획보다 규모가 줄었고 보통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환주로 발행됐다. 케이뱅크 주요 주주인 KT는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실권된 보통주는 사들일 수 없었다.
현행 은행법령에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10%(의결권은 4%)로 제한하는데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은 10%로 이미 한도가 찼다.
다만 여전히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온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를 열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약화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취약하게 할 우려가 농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은산분리는 한국 금융정책의 기본 원칙이자 금과옥조이며 어떤 이유로도 은산분리 완화는 정당화시킬 수 없다”면서 “이를 강행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총력투쟁으로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