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기술자료 유용’ 두산인프라코어 과징금 3억여원·檢고발

입력 2018-07-2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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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업체에 기술 전달해 이득 취득…기술유용 행위 첫 제재 사례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이투데이DB)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이투데이DB)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타 업체에 전달해 이득을 취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엄중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이러한 기술자료 유용행위로 하도급법을 한 두산인프라코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3억7800만 원을 부과했다고 23일 밝혔다.

또한, 해당 법인(두산인프라코어)과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관여한 간부직원(부장급)과 담당자(대리·과장급)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작년 9월 공정위가 '기술유용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그 일환으로 실시한 기계, 전자 등 주요 업종 대상 직권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적발·제재한 사례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0년부터 자신의 굴삭기에 하도급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이 납품하는 에어 컴프레셔를 장착해왔다.

에어 컴프레셔는 압축공기를 분출해 굴삭기나 작업자의 옷에 묻어 있는 흙, 먼지 등을 제거하는 장비로서 굴삭기에 장착돼 사용된다.

이노코퍼레이션이 납품하는 에어 컴프레셔의 1대당 가격은 대략 50만 원대 정도다. 두산인프라는 이 회사로부터 연간 3000대의 에어 컴프레셔를 납품 받았다.

이후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말께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에어 컴프레셔의 납품가격을 18% 정도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이노코퍼레이션이 요구를 거절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프레이션의 에어 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제3의 업체에 2016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전달하고, 해당 업체가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이처럼 두산인프라코어가 유용한 도면은 에어 컴프레셔 각 모델별 제작도면으로서, 에어 컴프레셔의 핵심부품인 에어탱크 제작에 필요한 용접·도장 방법, 부품 간 결합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도면 31장 중 11장은 이노코퍼레이션과의 거래과정에서 ‘승인도’라는 명칭으로 이미 확보해 둔 상황이었다. 나머지 20장은 제3의 업체의 에어 컴프레셔 개발을 지원해 줄 목적으로 2016년 2월과 3월에 두 차례에 걸쳐 이노코퍼레이션에 추가적으로 요구해 제출받았다.

승인도는 원사업자가 위탁한 제품이 위탁한 대로 제조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도급업체가 제공하는 도면을 말한다. 승인도에는 해당 제품의 제조 방법에 관한 내용이 망라돼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정위 조사·심의 과정에서 기술자료 추가 제출 요구 이유에 대해 '에어탱크의 균열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자료 요구 당시 직전 1년 동안 이노코퍼레이션이 납품한 에어 컴프레셔 약 3000대 중 에어탱크 부문에 하자가 있었던 것은 단 1건에 불과했고, 그 하자의 내용도 에어탱크 균열이 아닌 에어탱크를 지지대에 부착하는 '용접 불충분'이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비춰볼 때 도면 추가 제출 요구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었던 것이며, 기술자료 유용 이전에 또 하나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하도급법에서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제3의 업체가 에어 컴프레셔를 모델별로 순차적으로 개발해 2016년 7월부터 두산인프라코어에 납품을 시작했고, 이후 이노코퍼레이션은 에어 컴프레셔 공급업체에서 배제됐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제3의 업체로부터 에어 컴프레셔를 공급받은 가격은 이노코퍼레이션의 납품가격에 비교해 모델별로 많게는 약 10% 정도 낮았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의 도면 유용을 통해 그 만큼의 이득을 취한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가 납품하는 굴삭기 부품 중 하나인 '냉각수 저장탱크'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코스모이엔지가 냉각수 저장탱크의 납품가격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를 거절하고, 코스모이엔지의 냉각수 저장탱크 제작도면 38장을 5개 사업자에게 전달해 냉각수 저장탱크를 제조해 자신에게 공급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도면을 전달받은 5개 사업자 간에는 거래조건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다. 그러나 도면 전달 행위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처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 하도급법 위반(기술자료 유용행위)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하도급법에서는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대해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기술자료 명칭·범위 △요구목적 △요구일·제공일·제공방법 △비밀유지 방법 △기술자료 권리귀속 관계 △대가 및 대가의 지급방법 △요구가 정당함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 등 7가지 사항이 기재된 서면을 통해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서면으로 요구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을 저해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기술유용에 대한 공정위의 엄정한 대처 의지가 표명됐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에 기술유용 사건 2개를 추가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기술유용을 한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최대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을 하반기에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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