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한 노회찬 의원에 '정치권 대충격'…"드루킹 사태 어디로"

입력 2018-07-23 13:03 수정 2018-07-2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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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재 및 노동운동 활동을 펼쳐오며 진보진영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평가되었던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이 23일 오전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 특검 조사를 앞둔 상황이었던 만큼, 경찰은 신변을 비관해 투신한 것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8분경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13동 3, 4호라인 현관 쪽에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노 의원을 처음 발견한 경비원 김모 씨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해 수거장에 있다가 ‘쿵’ 하는 소리를 듣고 가보니 아파트 현관 부근에서 노 의원이 쓰러져 있었다고 경찰에게 진술했다. 발견된 시간은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지나 한적했었을 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현장을 본 또 다른 목격자는 사고 직후 소방차와 경찰차가 와서 노 의원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등, 5분가량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반응이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재 현장에는 파란색 천막으로 노 의원이 떨어진 곳을 가리고 있으며, 곳곳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소식을 듣고 몰려든 취재진과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유품이 발견된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이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장소에는 노 의원의 외투가 있었으며, 외투 안에는 신분증과 정의당 명함이 들어 있는 지갑과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었지만,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라는 골자의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드루킹 사건과 관련되어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망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은 도 모(61) 변호사가 2016년 총선 직전 드루킹과 공모해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 5000만 원을 불법 기부했다며, 노 의원의 소환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핵심 멤버다.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더불어 특검팀은 5000만 원 외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노 의원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특검 수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 의원이 이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수사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 투신사망 관련 브리핑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 투신사망 관련 브리핑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노 의원의 사망 소식에 허익범 특별검사는 오전 11시 30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굉장히 침통한 마음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그으셨고 이 나라 의정활동에 큰 페이지를 장식하신 분이다. 보도를 접하고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허 특검은 소환 통보를 했는지, 수사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지 등 노 의원과 관련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노 의원의 사망에 정치권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정의당은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며 짧게 답했다. 정의당은 금일 오후 3시 본청 223호에서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청와대도 “노 의원이 편히 쉬시기를 빌겠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5월 25일 ‘대통령 힘내세요’ 청원이 20만이 넘어 청와대의 SNS 생방송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노 의원의 별세 소식에 출연을 취소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늘 아침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한편,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난 노회찬 의원은 경기고 재학시절 10월 유신에 반대,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일을 하며 민주화운동에 발을 디뎠다. 1979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민주화운동을 이어갔고, 노동운동에도 뛰어든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노 의원은 인천, 부천의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단체를 연합해 인천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을 출범시키며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현실정치에 오랫동안 등장하지 못하던 그는 2004년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고 17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노 의원은 무명에 가까운 진보인사였지만,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서 촌철살인과 유머러스한 토론 콘셉트로 유명인이 됐다.

2013년엔 일명 '삼성 X파일' 사건의 검사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유죄를 선고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이후 통합진보당 창당에 참여한 뒤 19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사건 때 탈당해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그는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3선에 성공했으며, 정의당 원내대표로도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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