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만에 하락했다. 다만 장중 낙폭을 줄이면서 1130원대를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1020원에 바싹 다가서며 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폭도 한달만에 가장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연준(Fed) 때리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언급이 무역전쟁에서 환율전쟁으로 확전되는 서막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작용했다.
지난주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그들의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있어 달러화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8거래일만에 하락(절상) 고시됐다. 1130원 위에서는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매도)가 우위를 보였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무역분쟁 이슈가 환율전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결정회의가 예정돼 있는데다 미국과 유로존(EU)간 자동차 관세 논의도 예정돼 있다. 무역이슈와 함께 트럼프의 추가 언급, 중국의 대응 등에 주목하는 한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이번주 1120원에서 1140원 사이 등락을 예상하면서도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135원을 의미있게 돌파하는지 지켜볼 때라고 지적했다.
역외환율은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27.2/1127.5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5.7원 내렸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11.11원 급등한 1019.83원을 기록했다. 이는 3월26일 1029.23원 이후 4개월만에 최고치다. 상승폭도 6월25일 12.85원 급등 이후 최대치였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지난주 금요일밤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자국 중앙은행을 이틀연속 비판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 영향을 받아 출발했다. 다만 이런 부분들이 무역전쟁뿐만 아니라 환율까지 타깃으로 하는 미중간 환율전쟁의 서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으로 확산했다. 주식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며 “다만 1130원 위에서는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지속됐다. 심리적·외부적 불안 요인은 상승을 부추긴 반면 장중 수급은 공급우위를 보인 하루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로서는 1135원이 저항선으로 보인다. 이를 유의미하게 넘어가는지를 일단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주말 트럼프 발언으로 달러가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도 하락했다. 위안화도 절상고시됐다. 다만 장후반으로 갈수록 위안화 환율도 레벨을 높였고 주가도 하락했다. 위험기피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원·달러도 1130원대로 올라서며 마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변동성은 계속 있을 듯 싶다. 이번주 ECB 회의가 있고 미국과 EU간 자동차 관세 논의도 예정돼 있다. 무역관련 이슈에 주목할 것으로 보여 하단은 지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중국의 위안화 방어의지도 혼재되면서 이번주 원·달러는 1120원과 114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오후 3시45분 현재 달러·엔은 0.46엔(0.41%) 떨어진 110.95엔을, 유로·달러는 0.0002달러(0.02%) 내린 1.1727달러를 기록 중이다.
역외 달러·위안(CNH)은 6.7755위안과 6.7866위안 사이에서 호가되고 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고시환율을 전장대비 0.0078위안(0.12%) 내린(절상) 6.7593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11일 0.0025위안(0.04%) 하락 고시후 첫 절상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19.88포인트(0.87%) 떨어진 2269.31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824억83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