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갑질’ 덕 봤나...매출↑ㆍ원가↓

입력 2018-07-3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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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부품 납품 업체에 대한 하도급 갑질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세계 굴지의 종합기계회사로서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행태라고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사업부(건설기계사업부문)는 갑질 시기로 추정되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 말까지(실적 집계 전 2분기 제외) 올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2000억 원이다.

중국 건설경기의 호황 영향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납품 업체 변경으로 인한 수익 역시 한몫했다는 분석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한 알려지지 않은 단가 인하 압력이 더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로 인한 수익이 실적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실제 관련 사업부의 매출 추이를 놓고 보면 보다 확연히 드러난다.

건설기계사업부문(굴삭기, 굴삭기부품 등)의 2017년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465억 원, 196억 원이다. 반면 하반기는 매출 9124억 원, 영업이익 659억 원으로 급격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하도급 업체가 피해 본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최근 실적까지 더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건설기계사업부문(굴삭기, 굴삭기부품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조8725억 원 매출액과 1868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1분기(1~3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9601억 원, 1209억 원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올해 6월 21일 진행된 만큼 2분기 실적을 반영하면 하도급 갑질을 통해 이익을 편취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 갑질의 예상 수익을 추정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매출 원가율이다. 매출원가는 하도급 업체의 부품 납품 단가를 포함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2016년 원가율은 83.1%, 2017년 원가율은 81.2%다. 올해 1분기는 80.3%까지 떨어졌다.

물론 갑질로 저렴하게 사들인 부품이 건설기계 사업부문의 모든 수익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매출원가율이 떨어졌다고 100% 하도급 갑질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두산인프라코어 측도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매출원가율을 줄였다고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건설기계 시장의 축소 등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사업장에서 재료비와 고정비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고비용 구조의 벨기에 굴삭기 공장을 폐쇄했고(2015년 초) △비핵심 사업인 몽따베르 매각(2015년 6월) △브라질 공장 생산중단(2015년 12월) △중국 옌타이 공장 생산라인 축소(15년) 등 글로벌 생산 최적화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사적으로 유사, 중복 기능의 부서를 통폐합하고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도 단행했다”며 “원가 절감을 위해, 글로벌 기준에 맞춰 기종 간 부품 표준화, 절대 부품 수 감축 등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갑질로 피해를 본 하도급 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것은 공정위 조사 결과 사실이다. 특히 회사 측의 이익에도 직접적인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행태는 업계 안팎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세계 건설기계 산업은 글로벌 상위 10개 업체가 60%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데,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그 가운데서도 선도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말 ‘에어 컴프레셔’(압축 공기를 분출하는 굴삭기 장착 장비)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18%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계획을 변경, ‘이노코퍼레이션’의 에어컴프레셔 개발 기술을 빼돌렸고 제3업체는 작년 7월을 시작으로 8월경 모든 제품을 대체했다. 이노코퍼레이션은 같은 달 8월부터 공급업체에서 배제됐고, 제3업체의 낮은 납품 단가로 인한 수익은 두산인프라코어 측에서 가져갔다.

회사 측은 “공정거래 자율준수를 위해 노력해 왔음에도 관리가 미흡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공정위 결정에 앞서 미흡했던 부분들을 이미 바로잡았고, 앞으로 관련 규정을 더욱 엄격히 지켜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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