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종량세 전환 불발에 수제맥주업계 “산업 후퇴한다” 반발

입력 2018-07-24 14:37 수정 2018-07-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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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맥주 과세 방식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것과 관련해 소비자 반발로 정부가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수제맥주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종량세 논란이 ‘만원에 4캔’이라는 프레임에 집중돼 본질이 흐려지는 측면이 있으나 종량세 도입의 목적은 국산을 애용하자는 것이 아니고 증세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확립해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그 효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데 그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국산 맥주 맛없어서 수입 맥주 먹는다’라고 말하며 품질 낮은 맥주를 만들도록 유인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비싸게 판매하게 만드는 현재 구조를 변경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현재 주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으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이 달라 역차별 논란이 줄곧 제기돼왔다.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은 ‘수입신고가(관세 포함)’여서 수입맥주의 경우 신고가만 낮추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이중적인 구조였다. 이로 인해 국내 맥주회사는 매출액 대비 44%의 주세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수입맥주의 경우 평균 20% 수준의 주세를 내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수제맥주 업계는 현행 종가세가 유지되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수제맥주 업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수제맥주협회는 “OECD 35개국 중 31개국은 맥주에 대해 종량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4개국(우리나라, 칠레, 멕시코, 터키)만 종가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종량세와 종가세는 각기 장단점이 있는 제도이지만 종량세를 도입함으로써 탈세 요인 및 과세행정의 감소 효과가 있으며 품질향상과 소비자 기호에 따른 다양한 제품개발에 대한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량세가 도입되더라도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은 중소기업 기준상 소기업(음료제조업 소기업 120억 원 이하, 중기업 800억 원 이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업체들로써 규모가 작고 주세보다 제조원가의 비중이 높아 종량세의 실질적인 효과는 미비하다”며 “또 펍이나 전문점의 매출이 대부분인 수제맥주 업체들의 현재 상황으로 적정한 세제 혜택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종가세 체계보다 주세가 증가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업체들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러한 상황에도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이 종량세를 찬성하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새롭고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고 선보여야하는 수제맥주의 철학과 연관된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대립’이나 ‘만원에 4캔’ 같은 이야기는 수제맥주 업체들엔 뜬구름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수제맥주업체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보다 부담 없이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량세 도입과 관련해 본질에서 벗어난 소모적인 논쟁을 즉시 멈추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세제도 및 소비자 효익이라는 관점에 집중해 정부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종량세가 도입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서 맥주 종량세 전환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세청이 맥주에 한해 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방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해 기재부가 검토해왔으나 종량세로 바뀌면 수입 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또 소주업계 일부에서도 소주를 종량세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 기재부는 소주까지 종량세로 바꾸면 개별소비세 체계 전반을 건드리는 것이라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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