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은행권 채용문 활짝] 민간기업 탈 쓴 공공기관 전락

입력 2018-07-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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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김 따라 바뀌는 채용 전형

인력 채용은 오롯이 기업에 달렸지만 은행은 사정이 다르다. 스스로 ‘규제 산업’이라 부르는 은행은 정부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인력 채용에서도 마찬가지다. 매년 정부의 일자리 운영 방향에 따라 은행의 채용 방식이 달라지는 이유다. 은행 내부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부가 원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자조적인 얘기도 나온다. 은행은 겉은 민간기업의 모습이지만 속은 공공기관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시중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3000여 명에 달하는 인력 채용을 예고했다. 올 하반기 채용은 은행권 채용 비리 문제가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열린다는 점에서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모범규준’을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은행은 이런 모범 규준 때문에 원하는 사람을 제대로 뽑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직무에 맞는 사람을 뽑고 싶어도 단순히 객관적인 지표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특성화고, 경력단절여성 채용이나 청년 인턴제 등 ‘곁가지 채용’도 정부 입김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사실상 대부분 폐지되거나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청년 인턴제’의 경우 모든 은행에서 정규직 전환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인턴제를 남겨둔 은행은 채용 전형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인턴제는 유명무실화됐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강조한 ‘경력단절여성’ 채용도 찾아보기 어렵다. 2015년 1000여 명까지 늘었던 경력단절여성 채용은 2017년 상반기 600명 수준으로 반 토막 됐다. 올 하반기에도 경력단절여성 채용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은 내부적으로 여성 직원을 위한 복지가 마련돼 있다며 (경력단절여성을) 따로 뽑지 않는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파트타이머에 한해 수시 채용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은행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명박 정부가 특성화고등학교를 강조하며 고졸 취업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었던 특성화고 채용도 올 하반기에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300명까지 증가했던 특성화고 채용은 지난해 1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올 하반기 특성화고 출신 60명을 채용하겠다는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이에 대해 명확하게 밝힌 은행은 없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학력제한 폐지’를 이유로 특성화고 채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업무 특성상 정부의 입김을 따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사람을 뽑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건 몰라도 직무에 맞는 인력을 뽑기 위해선 은행이 적어도 채용 과정에서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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