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3 자동차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은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고, 이들의 올해 실적전망도 하향 조정 중이다. 크라이슬러의 부활을 이끌었던 FCA그룹의 세르조 마르치오네(66) 회장의 타계도 이 회사 주가를 흔들었다. FCA 최대주주인 아넬리 가문이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BC와 블룸버그 등 복수의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빅3’ 자동차업체 가운데 하나인 GM의 올해 실적전망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 여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고율 관세가 자동차 분야까지 확대되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GM 올해 실적전망 하향 조정…원인은 보호무역 = GM은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애초 6.30~6.60달러에서 6.0달러로 낮췄다. GM은 “최근 상당한 원자재 비용의 증가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에서의 비우호적인 환율 여파 등이 향후 사업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같은 역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M은 “자동차 제조에 들어가는 철강의 상당수를 국내(미국)산을 쓰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 여파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GM의 주가는 7%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역시 올해 실적전망을 낮췄고, 포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CNBC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은 채 이들에 대한 월가의 부정적 시각을 전했다. 특히 투병 중이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전(前) 회장이 이날 타계하면서 FCA 주가는 더욱 휘청거렸다.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고스란히 주가로 이어진 셈이다.
마르치오네 CEO는 지난 달 스위스의 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심각한 합병증을 겪다 전날 스위스 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존 아넬리 FCA 회장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마르치오네 전 CEO가 스위스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마르치오네 회장 타계로 FCA 매각 가능성 커져 = 앞서 FCA는 지난 22일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14년 동안 회사를 이끈 세르조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을 새 수장으로 ‘지프’ 브랜드의 책임자 마이크 맨리(54)를 선임했다. 건강악화로 사실상 경영에 나설 수 없는 만큼 새 CEO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수장 교체 후 첫 거래일인 23일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와 미국 뉴욕 증시에서 동반 급락했다. 그만큼 마르치오네 전 CEO의 존재 당위성은 컸다. 마르치오네는 단순한 전문경영인이 아니었다.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급격한 경영악화에 빠졌던 미국 크라이슬러를 이듬해인 2009년에 피아트에 합병시켰다. 이후 2014년 두 회사를 한데 모아 FCA그룹을 출범시킨 주인공이다. 이후 FCA는 세계 7위의 자동차업체로 성장했다.
FCA 최대주주인 아넬리 가문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월가의 리포트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마르치오네 CEO의 사망으로 최대주주인 아넬리 가문이 자동차 업계를 떠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면서 FCA가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