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사 임원이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덕분에 직원들은 3일씩 연차를 내는 것도 감지덕지로 여긴다. 금융당국 간부도 “막내 직원이 비행기표를 예약해뒀다고 여름휴가를 제일 먼저 통보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말이 습관처럼 따라붙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연차휴가 15.1일 중 7.9일을 사용한다고 한다. 보장받는 휴일조차 모두 소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연차 의무사용을 권장하는 금융권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요즘 외국계 금융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블록 리브(Block Leave·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휴가를 묶어 사용토록 하는 제도)’를 벤치마킹한 제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눈치 보며 휴가를 쓰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진짜 ‘워라밸’은 실현되기 힘들다.
여름 휴가철 인사처럼 내뱉는 ‘휴가 언제 가느냐’란 질문에 직급이 올라갈수록 “휴가요? 일이 많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모 부행장은 25년 일하면서 휴가 간 기간을 다 합쳐도 10일이 채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의 ‘성공 방정식’에 ‘휴식’은 큰 부문을 차지하지 않았다. 이런 상사를 둔 직원들이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기다 올 리 만무하다.
스웨덴은 휴가를 신청할 때 부서 책임자의 허락 대신 인사 담당 부서에 신청서만 보내면 된다. 즉, ‘휴가 허가제’가 아닌 ‘휴가 신청제’가 정착돼 있다. 그러다 보니 직장 내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1년에 보장된 35일의 연차를 마음껏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
금융권은 내년 7월부터 시행하는 주 52시간 근무를 앞두고 있다. ‘저녁 있는 삶’을 위한 근무 환경이 자발적으로 마련되지 않다 보니 법으로라도 강제해 ‘워라밸’ 문화를 퍼트리겠다는 것이다.
“요즘 애들은” 뒤에 자연스럽게 붙는 말이 “우리 땐 안 그랬는데…”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도가 변하듯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 방정식’도 ‘요즘 애들’에 맞게 변해야 한다.
얼마 전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금융사 CEO는 “남들이 쉴 때 똑같이 쉬면 어떻게 성공하냐”고 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쉴 때 제대로 쉬고 일할 때 제대로 일하는 직원이 CEO 자리에 앉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