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당초 3자릿수의 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인플레이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판단으로 5자릿수로 통화 단위를 내리기로 했다.
화폐 개혁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경제 재건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나왔다. 기존 계획은 8월 4일 자로 현재 유통되는 1000볼리바르를 1볼리바르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 방안은 10만 볼리바르를 1볼리바르로 바꾸고 대신 시행일은 8월 20일로 조금 늦추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00만 %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독일이나 2010년대 초반 짐바브웨 경제위기 당시와 맞먹는 초인플레이션 상황이다.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이지만 최근 5년간 극심한 경제 혼란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많은 주민이 식품과 의약품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슈퍼마켓 선반은 텅텅 비었으며 범죄율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43세의 한 베네수엘라 간호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백만장자지만 가난하다”며 “내 월급으로는 단지 1kg의 고기만을 살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단지 먹을 수 있고 아프면 죽을 수밖에 없다. 약값이 이미 하늘을 찌를 듯한 가운데 매일 오르고 있다”고 한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폐 인쇄를 해외에 위탁하고 있지만 외화 부족과 인플레이션 가속으로 지폐 공급이 늦어 국민 대부분이 현재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화폐 개혁도 금융시스템에서 새 통화와 볼리바르 교환 비율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