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일괄구제 논란] 민원 1건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입력 2018-07-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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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일괄구제를 둘러싼 삼성생명과 금융당국의 대립각은 민원 1건에서 비롯됐다.

26일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가입자 5만5000명에게 '미지급금'으로 언급되는 4300억 원 중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지급이 부당하다고 자체 판단한 부분은 법원 소송을 통해 지급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삼성생명 가입자 A씨가 "연금 수령액이 계약보다 적다"며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2012년 삼성생명 즉시연금에 10억 원(10년 만기)을 넣었다. 약관의 최저보증이율은 2.5%였다.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매달 208만 원은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정작 그의 손에 쥐어진 돈은 130여만 원이었다. 보험사가 원금에서 사업비와 위험보장료를 떼고,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지루한 싸움 끝에 분쟁조정위는 지난해 11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약관에 관련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약관에는 '연금계약 적립액은 보험료,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고만 명시돼있다.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삼성생명은 결국 올해 초 분쟁조정위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A씨에게 '3년 치 미지급금 1430만 원에 지연지급 이자 65만 원을 더해 1495만 원을 돌려준 것이다.

A에게 돈을 지급하자, 같은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미지급금 규모는 삼성생명 4300억 원을 비롯해 한화생명 850억 원, 교보생명 700억 원 등으로 추정된다.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시범 운영중인 일괄구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전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일괄구제가 안 될 경우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 하므로 행정 낭비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 구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일괄구제로 가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이사회는 "이 사안은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법원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다만 "법원 판단과는 별개로 고객 보호 차원에서, 해당 상품 가입 고객에게 제시된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집행할 것을 경영진에게 권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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