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출길 활짝] “동남아 마트서도 신선한 한국산 상추 팔아요”

입력 2018-07-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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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채소·과일 신선도 유지 기술로 농산물 수출길 활짝

▲싱가포르의 한 마트에서 한국 농산물을 판매하는 모습.(농업진흥청)
▲싱가포르의 한 마트에서 한국 농산물을 판매하는 모습.(농업진흥청)
우리 농산물 수출이 쉽게 시들어 수출이 어렵게 느껴지던 상추, 시금치 등 엽채류(잎채소)까지 확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수확 후 관리 기술을 통해 엽채류 신선도 유지가 가능해지면서 수출길이 넓어진 것이다. 이는 스마트시티, 스마트팜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농업 분야에서의 ‘혁신성장’인 셈이다.

30일 농진청에 따르면 이달 10일 열무, 얼갈이배추, 애호박, 시금치, 적상추 240㎏이 베트남에 처음 수출됐다. 올해 4월에는 쉽게 시드는 엽채류와 저온장애 발생이 쉬운 과채류의 수출용 수확 후 관리 기술을 확립해 싱가포르까지 선박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지난해 2월 러시아에 상추를 처음 수출한 이후 엽채류 수출이 늘고 있다.

시작은 2016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포천시 농업기술센터가 신선농산물 수출확대 선도 유지 기술을 위한 저장유통 기술의 현장 적용 기술정보 교류 및 보급 체계 활성화를 목표로 양해각서(MOU)를 맺으며부터다. 농진청은 2015년부터 엽채류와 과채류 선도유지 기술에 대한 현장 적용에 나섰고 이를 본격화한 것이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는 고품질 신선농산물 생산 및 수확 후 관리 시설 운영을, 농진청은 신선농산물 선도유지 관리 기술을 협력해 수출용 신선 농산물을 생산키로 했다. 그 전부터 농진청은 포천의 상추 수출을 위해 최적 수확 후 관리 조건 설정 및 기술을 지원했으나 MOU를 맺은 이후 본격화된 것이다.

2017년 2월에는 러시아로 상추 800㎏을 처음 시범 수출했다. MOU는 계속 이어져 올해까지 상추, 시금치, 깻잎 등 엽채류가 11차례 싱가포르로 수출에 성공했다. 기존에는 한 가지 품목만 수출할 수 있었다. 기술 부족으로 한 가지 품목에만 수송 최적 온도를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러 품목의 엽채류와 과채류를 혼합 수송할 경우 쉽게 부패하거나 상품 가치가 떨어져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선박 수출이 어려웠다.

그러나 4월부터는 수확한 뒤 예비 냉장을 거쳐 수송할 엽·과채류 7종의 특성에 맞춰 컨테이너 온도를 3℃에 맞추고 환기구를 5분의 1만 개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또, 각 품목에 맞춰 포장 방법도 달리했다. 3월 28일 수확해 4월 1일 싱가포르로 수출한 뒤 4월 11일부터 4일간 현지 유통을 했다. 수확 후 관리 기술을 적용한 채소는 수확 17일 후까지 모두 신선한 상태로 판매됐다.

기존 방식대로 상자 포장한 상추는 20∼30% 정도 물러졌으나, 개선한 기술을 적용하자 싱가포르에 도착해서도 물러짐이 없었다. 시금치, 얼갈이배추, 열무, 풋고추와 애호박도 신선도를 유지했다. 특히, 깻잎은 저온에 민감해 기존 방식에서는 현지에서 60% 이상 꼭지 색이 변했고, 15%는 잎에 검은 반점이 생겼다. 그러나 개선한 기술로는 꼭지 변색이 10%만 나타났고, 저온장해는 없었다. 이번 수출 시 적용한 대표적인 개발 기술은 풋고추가 진녹색을 띠고 단단해지는 시기에 거둬 저온장해를 막는 식물 휘발성 물질(Methyl Jasmonate) 처리를 해 내포장 필름으로 포장, 애호박은 100㎛ 필름으로 소포장한 뒤 상자에 넣고 보온을 위해 알루미늄 필름 커버를 사용한 것이다.

▲농진청, 포천시, 무역업체 관계자들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한국 농산물의 신선도를 체크하고 있다. (농업진흥청)
▲농진청, 포천시, 무역업체 관계자들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한국 농산물의 신선도를 체크하고 있다. (농업진흥청)
상품 가치를 유지한 채 엽채류와 과채류를 함께 선박 수출할 수 있게 되면서 중·장거리인 싱가포르에도 선박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물류비도 항공 수출의 6분의 1 수준이어서 한국산 채소류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아울러, 선박 수출 시 큰 고민이었던 컨테이너를 다 채우지 못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한국산 채소류에 대한 해외 시장의 수요에도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싱가포르의 농산물 수입 관계자와 소비자들도 현지에 유통한 엽채류와 과채류의 신선도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또, 가격 부담이 낮은 강점을 살려 알타리무와 쌈배추, 오이, 가지 등도 수출되길 희망했다. 교민들도 해외에서 우리 입맛과 정서에 맞는 채소를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 한국 농산물의 수출길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농진청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동 등으로 수출길을 넓히고 있다. 또 신선 농산물 수출이 늘어나면서 선도유지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상위 품목과 수출이 유망한 12개(딸기, 참외, 깻잎, 상추, 포도, 키위, 토마토, 배추, 복숭아, 장미, 버섯, 수삼) 품목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향후 클레임이 많이 발생하는 신선 농산물 30종에 적합한 수출용 선도유지 기술을 확립,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또 수출용 수확 후 관리 기술 보급에 나선다. 엽채류, 과채류에 대한 수출용 수확 후 관리 기술은 품목별로 수확에서부터 컨테이너에 선적할 때까지의 과정별로 작업 방법과 수송 조건을 설명하고 농가와 산업체에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보급할 계획이다. 이때 수송 및 유통 과정 중 발생하는 품질 변화와 생리장해 정보를 포함하고, 가능한 한 매뉴얼 책자에 사진을 많이 넣어 수출 현장 관계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할 예정이다.

김지강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 과장은 “여러 품목의 농산물이 한 번에 선박으로 수출되길 바라는 요구가 점차 늘고 있다”며 “선도유지 기술과 수송 조건을 보급해 신선 농산물의 수출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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